베센트 “대법원 패소해도 관세는 유지”

2025-12-04 13:00:15 게재

우회 전략 공식화

연준 개혁도 병행

지난 5일(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 = 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더라도 동일한 구조의 관세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2025 딜북 서밋(DealBook Summit)’ 행사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무역법 301조, 122조,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법적으로 타당한 대체 관세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연방대법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상호관세 위법 여부에 대한 소송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송의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 등을 근거로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과도한 대통령 권한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미 국제무역법원과 연방 항소법원은 일부 관세 조치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다. 특히 지난달 열린 대법원 구두변론에서는 보수 성향 대법관들까지 회의적 입장을 보여 행정부의 패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파급력이다. 만약 대법원이 위법 결정을 내릴 경우 이미 부과된 약 1000억달러(약 140조원)에 이르는 관세를 수입업체에 환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행정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베센트 장관은 대체 입법 수단을 활용한 ‘플랜 B’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가 언급한 무역법 301조는 지식재산권 침해나 기술 이전 강요 등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해 미국이 자국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다. 주로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에 사용된 조항이다.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품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대통령에게 관세나 수입 제한 권한을 부여한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트럼프 정부 시절의 관세 부과가 이에 해당한다.

다만 각 조항은 기간과 목적에 제한이 있어 새로운 법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날 베센트 장관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연준) 관련 개혁 방향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준 의장 인선 과정을 총괄하고 있지만 구체적 인물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다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잠재적 연준 의장(potential Fed chair)”이라 부른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해싯 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베센트 장관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총재 임명 방식에 지역 대표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연은 총재직은 원래 그 지역 출신 인사가 맡도록 설계된 자리”라며 총재 후보자에게 해당 연은 관할 지역에 최소 3년 이상 거주한 경력을 요구하는 요건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외부 금융계 인사가 아니라 실제 해당 지역 경제를 이해하는 인물이 총재로 임명되도록 하려는 개혁 방향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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