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고환율에도 기술주 중심 대규모 해외투자 지속
11월 미국 주식 60억달러 순매수 … 국내 증시 부진 영향도 커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매수 가장 많아 … 해외주식 매수의 18.2%
1470원대를 오르내리는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서학개미들의 기술주 중심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2개월 연속 지속됐다. 지난 10월에 이어 11월에는 해외주식 순매도 역대 최고치 2위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5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간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지난달 60억달러에 육박했다. 미국 인공지능(AI) 버블 경계감 등으로 변동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AI·반도체 업종 등 기술주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됐다. 국내 증시 부진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11월에도 역대 최고치 해외주식 순매수 = 4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1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해외주식을 55억2248만달러(약 8조1000억원)를 순매수했다. 10월 68억5499만달러(약 10조600억원)보다는 감소했지만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달 월별 기준 역대 최대 매수액을 기록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고환율 상황에서는 매수를 줄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해외주식 순매수 강도를 오히려 높이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주식은 59억3441만달러(약 8조7000억원) 사들여 5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반면 일본과 홍콩 주식은 각각 2억9000만달러, 1억1000만달러 순매도했다. 일본 주식은 8개월 연속 매도가 지속됐다. 매도는 제철, 요식업, 엔터테인먼트 등의 종목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11월 말 해외주식 보관 잔액은 총 1712억달러로 전월 대비 96억달러 줄었다. 이중 미국 주식 비중은 94.1%에 달한다.
◆AI·반도체 기술주 중심 투자 확대 = 서학개미들이 제일 많이 매수한 테마는 인공지능(AI) 기술주였다. 지난달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으로, 순매수액은 10억556만달러(약 1조480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전체 해외주식 순매수액의 18.2%에 이르는 규모다. 구글은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3로 미국 뉴욕증시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추론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도 확보했다. 메타도 구글 TPU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AI 주도권 경쟁에서 구글의 추격 스토리가 부각되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레버리지 투자도 확대됐다. ICE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반도체 3배 레버리지(SOXL)’가 순매수 7억4730만달러로 2위에 올랐다.
이다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주가 불안에도 불구하고 11월 레버리지 ETF 순매수 규모는 25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월(8억달러) 대비 3.2배 증가했다“며 ”나스닥·반도체 지수 2~3배 추종 레버리지 ETF에 11억2000만달러, 빅테크 Mag7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1.5~2배 레버리지 ETF에 6억2000만달러 등 큰 폭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11월 중 가상자산 투자는 가치가 급락했음에도 순매수가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이더리움 -20.5%, 비트코인 -16.3%, Circle –37.1% 등 가상자산 가치는 급락했다. 하지만 해외주식 상위 50종목 중 가상자산 관련 투자 금액은 10억달러(전월 15억달러)를 기록하며 순매수세가 지속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