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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5-12-05 13:00:01 게재

작년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1년 한국사회와 정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계엄이 해제됐지만 씻을 수 없는 상흔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극우의 결집은 더욱 강고해지고 있고, 급기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2.3 비상계엄은 의회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한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는 해괴한 논법의 메시지를 내놨다. 계엄 사과 거부를 넘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망언을 뱉어냈다. 국민의힘 25명의 계엄 사과문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계엄 후 작년 12월 7일 국민의힘은 탄핵 의결 정족수를 무산시킴으로써 내란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일주일 후 그나마 국민의힘 12명의 탄핵 표결 참여로 윤석열은 탄핵됐다. 그리고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극우지지자들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내란 우두머리를 감싸고 비호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석열은 관저에서 똬리틀고 체포에 저항하며 적법한 절차에 따른 영장 집행을 거부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관저 앞에서 영장 집행을 저지했다.

12.3 이후 한국 정치 과연 얼마나 달라졌나

내란 사태 후 43일 만에 윤석열이 체포됐고, 나흘 후 피의자 윤석열은 구속됐다. 이후 폭도들이 법원에 난입함으로써 헌법 문란과 유린은 극에 달했다. 판사의 구속기간에 대한 해괴한 셈법으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는 석방됐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즉시항고권’을 포기했다. 당연히 행사되어야 할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내란 수괴 혐의자의 석방을 사실상 ‘기획’한 거나 다름없다.

탄핵을 둘러싼 극도의 대치와 긴장은 임계점을 향해 비등했으나 결국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발신했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탄핵반대 논리로 무장한 극우세력의 저항은 만만치 않은 기세를 보였다. 정부 출범 후 특검수사가 시작됐으나 해병 특검은 이미 종료됐고, 내란과 김건희 특검도 마무리 수순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종합특검은 별도의 문제다.

이러한 일련의 민주주의 복원과정에서 내란 세력의 저항은 끈질기고 집요했다. 부정선거론을 비롯한 갖은 음모론과 색깔론, 일부 종교와 결탁해 ‘윤 어게인’을 외치는 윤석열 옹위 세력과 변호인들의 ‘법꾸라지’ 행태는 울분과 분노를 자아냈다.

지난 8월 김건희씨가 구속됐지만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바로 그저께 계엄 1년 되는 날 추경호 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영장 역시 기각됐다.

지지율이 과반을 넘는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탄핵하라는 야당과는 대화할 수 없는 노릇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의회폭거와 국정방해” 때문에 계엄이 선포됐다는 논리를 펴는 야당 대표가 통합의 대상이 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 “반국가세력과 종북세력 척결을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는 윤석열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란의 잔재’가 완전하게 소멸될 때까지 여야 관계가 끝도 없는 대치로 가서도 안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정의로운 통합’의 ‘정의’는 내란의 완전한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내란전담재판부와 추가특검의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통합’은 이의 바탕 위에서 민생과 경제를 살피고 갈라진 국민의 증오와 대척을 사회적 연대의 틀로 바꿔나가자는 의미일 것이다.

여권의 통합초심, 야권의 새로운 틀짜기 필요

때늦었지만 비상계엄 1년, 국민의힘의 원내교섭단체의 수를 넘는 의원들이 계엄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를 냈고 산발적이지만 중진 의원들의 사과의 언어가 잇달았다. 비판적 국민여론을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의 차원이든, 여권 핵심은 내란 척결을 지속하되 이러한 변화를 마냥 배척해서도 안된다.

‘정의로운 통합’을 위해 국민의힘도 내란을 옹호하는 당 대표를 배제하고 새로운 틀을 짜야 하며, 여권도 통합의 초심으로 다시 돌아갈 때 진정한 비상계엄의 극복이 이루어질 수 있고, 한국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