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리상승에 글로벌시장 출렁

2025-12-05 13:00:02 게재

금리인상 뒤 엔캐리트레이드 급청산 우려는 과장 … 국채 장기물 금리가 변수

일러스트=AFP·로이터 사진을 ChatGPT로 합성(AI 생성).
일본은행(BOJ)이 이달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고, 엔화 방향성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는 4일(현지시간) 이러한 변화가 세계 금리와 자금 흐름 전반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일본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BOJ가 오는 19일 이달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BOJ가 이달 금리 인상을 원한다면 자체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정부도 이를 용인할 태세라고 했다. 이 발언 이후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1.93%까지 뛰며 1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FT 역시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발언 이후 일본 국채시장에서 매도세가 확대됐고, 일본 10년물 금리는 1.906%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독일·미국 10년물 금리도 각각 0.06%p, 0.08%p 동반 상승하며 글로벌 금리 전반이 흔들렸다. 일본 30년물 금리는 3.44%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금리가 전 세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는 일본 자금의 규모 때문이다. 일본은 수십 년간 초저금리를 이용해 해외 자산을 대량 매입해 왔다. 금리가 오르면 해외 자산을 팔고 국내로 자금을 되돌릴 유인이 커지는 구조가 유지됐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마이크 리델은 FT에 “일본국채 금리가 오르면 세계 시장으로 충격이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 충격이 과장됐다는 반론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투기 자금의 포지션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이 지목된다. 올해 투기성 투자자들은 엔화를 기록적으로 순매수하고 있어, 엔캐리트레이드가 작년처럼 급격히 청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HSBC의 맥스 케트너는 “올해 투기 자금이 엔화를 순매수하고 있어 2024년 여름 같은 캐리트레이드 붕괴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안정 요인은 일본 최대 연기금인 일본국민연금(GPIF)이다. GPIF는 해외 채권 비중을 약 25%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엄격히 규정돼 있으며 비중을 자주 조정하지 않는다. FT는 이를 근거로 “일본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GPIF가 대규모 해외 자산을 즉각 매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일본 내 다른 연기금들도 GPIF 비중을 따르는 경향이 강해, 해외 채권 시장의 급격한 매도 압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일본 정부의 135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책 등 재정 확대가 장기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으며, 장기 국채 매입에 소극적인 일본 생명보험사들의 태도도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미즈호의 오모리 쇼키 전략가는 “이번 일본국채 금리 급등은 과거와 달리 글로벌 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시장도 일본발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마니시 카브라는 “BOJ의 매파적 변화는 연준보다 미국 증시에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며, 미국 10년물 금리가 1%p 오르면 S&P500이 10~12%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금리 정상화는 30년 넘게 유지된 초저금리 시대의 전환점이자, 세계 자금 흐름 재편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다만 투기 자금의 엔화 순매수와 GPIF의 느린 자산 조정이라는 두 가지 ‘방파제’는 급격한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은 이 두 요소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안전판이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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