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2차 공격’ 논란, 국방장관 탄핵 정국으로
펜타곤 리더십 도마에
미 의회 “책임 물어야”
미 해군이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가한 ‘2차 공격’ 논란이 워싱턴 정가를 강타하고 있다. 격침된 선박의 잔해에 매달려 있던 생존자 2명을 추가 공격으로 사살한 사건이 공개되면서 작전을 총괄한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의 자질 문제와 탄핵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사건은 지난 9월 2일(현지시간) 카리브해 해상에서 발생했다. 당시 미 해군은 마약을 운반 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베네수엘라 국적 선박을 격침했고 이후 생존자들을 향한 2차 공격이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이 “전원 사살하라”고 명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백악관과 헤그세스는 “조작된 보도”라며 부인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나는 선박 격침 결정을 지지했을 뿐”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이와 관련 4일 당시 현장을 지휘한 프랭크 브래들리 제독이 의회에 출석해 상하원 군사·정보위원회에 비공개로 작전 상황을 보고했다. 영상이 포함된 보고에서 브래들리 제독은 헤그세스 장관으로부터 ‘살해 명령’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의원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공화당은 “정당한 조치”라며 옹호한 반면 민주당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생존자 살해는 전쟁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작전의 정당성을 넘어 국방장관의 철학과 자질 자체에 대한 문제로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설에서 “헤그세스는 펜타곤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직격하며 그의 리더십이 가져온 일련의 무능과 혼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칼럼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취임 초부터 군법 자문단을 해고하고 교전 수칙을 완화하며 여성의 전투 참여를 축소하는 등 ‘전사 정신(warrior ethos)’을 강조한 극단적 개혁을 밀어붙였다. 또 지난 10월에는 고위 장성 800명을 소집해 정치적 올바름을 비난하는 강연을 벌여 내부에서조차 싸늘한 반응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그는 예멘 작전 정보를 민간 채팅앱 ‘시그널(Signal)’을 통해 외부에 유출한 ‘시그널 게이트’ 사건으로 지탄을 받았다. 당시 헤그세스는 해당 채팅방에 기자가 포함돼 있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시절부터 군의 다양성과 제한 교전 수칙을 비판해 온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이다. 그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범죄로 기소된 군인의 사면을 주장하며 에드워드 갤러거를 ‘전쟁 영웅’이라 치켜세웠고, 이에 반대한 해군장관 리처드 스펜서의 해임에도 영향을 미친 바 있다.
현재 민주당은 ‘2차 공격’ 사건과 시그널 게이트를 근거로 헤그세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예고했다. 슈리 타네다르(민주·미시간) 하원의원은 “그는 무능하고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며 조속한 탄핵안 발의를 선언했다. 공화당은 작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보 유출과 내부 반발이 커지면서 펜타곤 내 사기 저하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령 헤그세스 장관이 이번에 법적 책임을 피하더라도 그간 반복된 판단 착오와 극단적 군사 운영 철학은 펜타곤 수장으로서의 자격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게 중론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