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달래기' 외교전 나선 FIFA 회장

2025-12-05 13:00:02 게재

2026 북중미 월드컵 대비책

트럼프와 우호 위해 전력

2026 월드컵이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공동 개최로 다가오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대회 준비 과정 내내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 변수’로 보고 긴밀한 교류를 이어가며 사실상 달래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달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기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스턴 시장이 일을 못하면 경기를 다른 도시로 옮기라고 지아니에게 말할 것”이라고 즉석에서 발언하자 현장은 술렁였다고 WSJ는 전했다. FIFA는 개최 도시 변경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대통령의 단 한 마디가 대회 준비에 미칠 파장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FIFA 안팎에서는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를 의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뚜렷하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매우 가까운 친구로 생각한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와 직설성’을 칭찬해 왔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참석했고, 올해 중동에서 발표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합의에도 현장 배석하는 등 백악관과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왔다.

이번 월드컵은 48개 팀이 참여해 미국·캐나다·멕시코 16개 도시에서 한 달간 치러지는 사상 최대 규모 대회다. 120만명 이상 해외 관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준비 규모만으로도 부담이 큰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발언과 정책이 위험요인으로 거론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서명한 행정명령으로 12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이 제한됐는데, 그중 아이티와 이란은 이미 본선에 오른 팀이다. 해당국 팬·취재진·지원 인력의 입국 불확실성이 제기되자 이란 축구협회는 대진 추첨 행사 불참을 검토하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FIFA는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삼가며 “행사 분위기는 개최국을 기리는 축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6일 월드컵 대진 추첨행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과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다. FIFA는 이날 행사에서 첫 ‘FIFA 평화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는데, 수상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말하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며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FIFA가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외교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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