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AI투자에 내년 증시 낙관

2025-12-08 13:00:24 게재

연준의장 교체 전망에 항공·운송 등 금리 민감주 회복 … 중소형주도 실적 개선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근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내년 글로벌 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와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신중한 낙관론’이 우세해지는 분위기다. 연준 의장 교체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추가 금리 인하 기대도 커지고 있고, 대형 기술주 중심이던 시장에 중소형주 반등이 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이러한 흐름을 내년 주식시장의 주요 특징으로 제시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12월 첫째 주 각각 0.2% 오르며 최고치 수준을 회복했다.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하할 가능성이 87%로 제시된 가운데, 시장은 내년 초 트럼프 행정부가 새 연준 의장을 지명하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전망이 확산하면서 항공·운송·중소형주 등 금리 민감 업종이 빠르게 반등했고, 전체 증시 분위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버트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시장 분위기를 좌우하는 ‘기분 조절자’ 역할을 하고 있으며, 회의가 끝나기 전까지 이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인프라 투자는 내년에도 시장을 이끌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WSJ는 “AI 열기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생각보다 견조하다”고 전했다. 기술기업들의 2026년 이익 증가 전망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RGA 인베스트먼트의 릭 가드너 최고투자책임자는 “지금은 계절적으로 강한 시기이며 AI 인프라는 앞으로도 시장을 이끌 동력이 될 것이다. 여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더하면, 낙관해도 되는 환경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형 기술주 중심이던 상승 흐름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지지한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와 S&P500 동일가중 지수가 최고치 부근까지 회복하며 자금 흐름이 특정 기업에만 쏠리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금융회사 베어드의 마이클 안토넬리 전략가는 “초대형 기술주들이 헤드라인과 투자 흐름을 장악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도 충분히 실적을 잘 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지표는 혼재돼 있지만 시장은 이를 ‘관리 가능한 둔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고용 증가세가 약해지고 실업률이 소폭 올랐지만, WSJ는 “고용 둔화가 이민 감소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어 공포로 번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연말 소비는 견조하게 출발했으며 실업보험 청구 건수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내년 실적 회복 기대가 유지되는 배경이다.

물가 상승률은 목표치(2%)를 웃도는 2.8% 수준이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이다.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 차이가 크게 확대되지 않으면서 시장 불안 심리가 제한되고 있다. 실질금리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된 점은 AI·재생에너지 중심의 민간 투자 확대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과 맞닿아 있다.

다만 고평가 논란과 정책 불확실성, 노동시장 둔화는 내년 시장의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비트코인이 10월 고점 대비 29% 급락하는 등 위험자산 변동성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전반의 정서는 낙관 쪽에 무게가 실린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고 AI 투자가 지속된다면 주식시장은 상승 모멘텀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내년 증시는 완만한 성장과 낙관 심리가 교차하는 흐름 속에서 실적 개선과 정책 명확성이 상승 폭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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