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업·정부 유로 채권 발행 75% 급증

2025-12-08 13:00:25 게재

유로 비중 23%로 급증

조달 비용도 유로가 유리

아시아 기업과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달러 대신 유로를 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일변도’ 자금조달 관행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태평양 기업과 정부가 유로로 발행한 채권은 864억유로(약 1007억달러)로 지난해보다 75%나 급증했다. 전체 채권 발행에서 유로 비중은 23%로 6%p 높아졌다. 유럽 투자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올해 유럽 채권시장에서 발행 첫 주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거래 상당수가 아시아 발행사였다.

달러 시장이 여전히 주류이긴 하다. 아시아의 달러 채권 발행액도 올해 29% 늘었다. 하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미국 자금조달 시장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배경엔 달러 불안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연준(Fed)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자 투자자들이 유로로 갈아타고 있다. 아시아 기업과 정부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올해 유로 대비 달러 가치는 11% 떨어졌다.

도이체방크 중국의 역외 채권자본시장 총괄 벤 왕은 “달러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통화에 분산 투자하는 게 올해 뚜렷한 흐름”이라며 “연초엔 미미했던 유로 거래 비중이 하반기 들어 10~20%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유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또 있다. 돈을 빌리는 비용이 더 싸다. 일부 아시아 기업은 달러나 자국 통화보다 유로 시장에서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투자자가 유로를 달러로 바꿀 때 내는 수수료도 5년 만의 최저치인 3.1bp(1bp=0.01%p)까지 떨어졌다.

그렇다고 달러 시대가 끝났다고 보긴 이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유로화는 올해 발행이 늘었지만, 장기 누적 비중은 2007년 32%에서 올해 6월 25%로 낮아진 상태로, 이번 발행 급증이 기존 흐름과 다른 변화임을 보여준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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