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국제결제은행> "금·주식 동반급등 거품 위험"
안전자산·위험자산 함께 과열은 이례적 … “동반 조정 땐 충격 더 클 수 있어”
국제결제은행(BIS)이 금과 주식 시장이 동시에 급등하는 이례적 흐름을 두고 강한 경고음을 냈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BIS의 연례 보고서를 인용해 “금과 주식이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같은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두 자산 모두에서 거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또 BIS는 금과 S&P500이 동시에 ‘폭발적 상승’을 보인 것은 지난 50년간 처음이라며, 이러한 동조화가 두 가지 위험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첫째, 만약 금과 주식이 동시에 급락할 경우 투자자들이 피할 곳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둘째, 최근 몇 년간 금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일부 중앙은행과 외환보유고 운용기관도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값 급등 배경에는 지정학적 충격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자리하고 있다. 금은 2022년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 제재 이후의 금융시장 불안 등을 계기로 150% 넘게 뛰었다. BIS는 여기에 중앙은행들의 매수세가 가격 흐름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신현송 고문은 “금 가격이 오를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이 뒤따라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몰림도 거품 신호로 지목됐다. BIS에 따르면 올해 금 상장지수펀드(ETF)는 순자산가치(NAV)를 웃도는 가격에서 꾸준히 거래됐으며, 이는 “강한 매수 압력과 차익거래의 제약이 동시에 나타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BIS는 위험자산 전반의 취약성도 강조했다. 최근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20% 가까이 급락한 데다, AI 관련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BOE)도 최근 “투자자들의 장밋빛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거품 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AI 기업들이 실제로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와 함께 수익을 내고 있는 점에서 2000년대 초 닷컴버블과는 차이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 지출이 장기적으로 정당화될지가 근본적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세계 경제의 흐름 또한 시장 평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달러 가치가 2007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BIS는 주시하고 있다. 신현송 고문은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계획 발표 이후 달러는 비교적 안정됐지만, 비(非)미국 투자자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헤지(위험 회피)할지가 시장의 동조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