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이 “일본은 전후 80년간 철저히 반성 안 해”

2025-12-09 13:00:02 게재

중·독 외교수장 회담서 정면 비판

바데풀 “하나의 중국 확고히 준수”

중국의 외교 사령탑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베이징을 방문한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과 만나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주임은 “독일과 달리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동안 침략의 역사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사를 진정성 있게 반성한 독일과 비교하며 일본의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회담은 양국 외교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던 만큼 국제 정세에 대한 폭넓은 논의도 이어졌다. 특히 왕 주임은 대만 문제에 대해 역사적·법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독 관계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밝히면서 일본 지도자들의 대만 관련 발언이 중국 주권을 침해하고 지역 정세를 불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자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 이후에도 일련의 외교·경제·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하면서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왕 주임은 이번 회담에서도 독일이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줄 것을 강조하며 “어떠한 형태의 대만 독립 지지나 부추김도 반대하고 저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데풀 장관의 이번 방중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그는 취임 이후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을 해왔으며, 그로 인해 중국 측이 회담 요청을 거부하고 지난 10월 예정됐던 방중이 무산됐다. 당시 독일 외교부는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지만 독일 언론은 바데풀 장관의 발언이 중국의 반발을 샀다고 보도했다.

왕 주임은 이를 의식한 듯 “좋은 일에는 시련이 많다”며 “방문 시점보다는 왜 오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방문은 대립이 아닌 협력을 위한 것이며 분쟁이 아닌 이해와 신뢰를 위한 것”이라며 외교적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에 바데풀 장관은 “독일에도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며 화답했다. 그는 “현재 세계는 매우 불안정하며 독일과 중국은 이러한 시대에 특별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며 양국이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로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독일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준수하고 있으며 이 입장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데풀 장관은 내년 중독 정부 간 협상의 새로운 라운드를 제안하며 고위급 교류를 지속하고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해 양국 국민의 복지를 증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바데풀 장관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속히 종식되도록 기여해 주기를 희망했다.

이에 대해 왕 주임은 “평화는 대화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며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협정이 필요하며 각국이 협상을 통해 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중국 외교 원칙을 재확인하며 중국은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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