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픽’?…정원오 공개칭찬 파장

2025-12-09 13:00:03 게재

‘명심’ 논란 분분 … 여권 내 ‘굳이 왜’ vs ‘오죽하면’

박홍근 “특정인 힘싣기 아냐 … 인간적으로 부러워”

야당 “선거 개입 신호탄” “공천 가이드라인”비판

이재명 대통령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을 공개칭찬한 데 대해 정치권 반응이 엇갈렸다. 여당 내 타 후보군들은 공개 반응을 자제하며 불편한 마음을 감추는가 하면 야당에선 “대통령발 사전선거운동”이라며 각을 세웠다. 대통령실은 “선거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에 대한 격려의 글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직접 남겼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8일 자신의 SNS에 한 여론조사 결과 서울 성동구의 구정 만족도가 92.9%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제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적었다.

정 구청장도 바로 화답했다. 정 구청장은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라며 “더욱 정진하겠다”고 답글을 썼다.

이 대통령은 이번 언급 이전에도 정 구청장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한 바 있다. 지난 달 이 대통령이 주재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선 정 구청장을 헤드테이블에 앉혔다.

정치권에선 이번 이 대통령의 언급을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명심(이 대통령의 의중)’으로 읽는 분위기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여당 의원들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예민한 시기에 ‘명심’이 드러난 데 대해 편치 않은 분위기다.

다만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9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공직 후보로 거론되는 특정인에게 힘을 실어줄 분은 아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정원오 구청장이 혜택 받은 건 사실이기에 인간적으로는 부럽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정책 파장 등으로 서울시장 선거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오죽하면 대통령이 나섰겠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민주당 후보는 한번도 오 시장을 이긴 적이 없다는 게 팩트”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선 “선거와는 무관한 언급”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초단체장 출신 대통령으로서 일 잘하는 기초단체장에 대한 격려를 한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다만 여권 내에선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기존 후보군으로만 치르기는 쉽지 않고, ‘뉴페이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이 대통령의 언급이 난립하는 서울시장 후보군이 정돈되는 계기라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야권에선 이 대통령의 언급을 거세게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실상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명심 오더’이자 대통령발 사전선거운동”이라고 주장했다.

정이한 개혁신당 대변인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민주당을 겨냥한 노골적 ‘공천 가이드라인’”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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