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셔틀외교 앞두고…다카이치 망언 ‘찬물’
대통령실 “부당한 주장에 단호하고 엄중한 대응”
미래지향·실용적 한일관계 한계 드러내나 촉각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달 중순쯤 방일 등 셔틀외교 재개를 추진중인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명칭)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하며 찬물을 뿌렸다.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실용외교라는 기치 하에 우호적 분위기를 이어가던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대통령실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이 나온 직후인 9일 저녁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라면서 “독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 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에서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일본 총리가 공식 의회 자리에서 이러한 발언을 반복하는 건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정치적 선전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는 대한민국 주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중대한 도발이자 국제사회 상식과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명백한 망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년 한일 정상회담이 논의되는 시점에 협력을 말하면서 뒤로는 영토 문제를 선동하는 이중적 행태는 외교적 결례를 넘어 상호 신뢰와 미래지향적 협력 기반을 스스로 훼손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날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민당 의원 질의에 답하며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볼 때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일본 고유 영토”라고 말했다.
사실 다카이치 총리의 이같은 입장은 총리가 되기 전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지난 9월에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대해 “장관이 당당히 나가면 좋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해당 행사에 그동안 차관급을 파견해왔는데 참석인사의 급을 높이자는 주장을 편 셈이다.
이번 망언이 알려지면서 1월 중순쯤 1박 2일 일정으로 예상됐던 이 대통령의 방일 일정에도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인 과거사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협력할 부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이같은 입장을 관철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에 “한국과 일본은 아주 가까운 이웃이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독도를 둘러싼 갈등, 사도광산 같은 과거사 문제 이런 문제들은 깔끔하게 해결된 게 아닌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다른 영역까지 다 연결시켜서 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셔틀외교에 대한 강한 의지도 재차 밝혔다. 이 대통령은 “셔틀외교는 이번에는 제가 방문할 차례이기 때문에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으로 가서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 말씀을 드렸다”면서 “한일 관계가 긍정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래지향적이고 실용적인 한일 관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망언 논란을 무사히 넘기고 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등 셔틀외교를 지속한다 하더라도 또다른 예측 불가능 사안들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망언으로 끝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어떻게든 넘길 수 있겠지만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사안이 곳곳에 있는 게 한일관계”라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몰라도 만약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상황이 되면 한일 관계든 뭐든 트집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