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고채 매입에도 채권금리 연중 최고치

2025-12-10 13:00:02 게재

단순 매입 목적 ‘애매모호’… 금액도 불충분

국고 3년물 3%대 지속시 회사채 발행 차질

한국은행이 3년 3개월 만에 국고채 단순 매입에 나섰지만 채권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위 한은의 약발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시장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이번 국채 매입은 시장 안정의 목적이 크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투자심리가 더 취약해졌다며 국채 매입 규모 또한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고채 금리 급등은 기업 자금 조달 위축으로 이어져 국고 3년물이 3%대에서 계속 내려오지 않을 경우 연초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 우려된다.

◆금리 상승세 막기에 역부족 =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0bp(1bp=0.01%p) 오른 연 3.084%에 장을 마쳤다. 국고 3년물은 장중 3.10%를 상회하는 등 투자심리가 취약해졌다. 10년물 금리는 연 3.453%로 5.2bp 상승했다. 5년물은 6.3bp 상승해 연 3.302%, 20년물은 연 3.376%로 3.6bp 올랐다. 모두 올해 연중 최고치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2.6bp, 2.6bp 상승해 연 3.243%, 연 3.190%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3년 만기 국채 선물을 1만6504계약, 10년 국채 선물은 3968계약 각각 순매도했다. 모두 5거래일째 순매도다.

이날 한국은행은 채권 단순 매입을 실행했다. 5년 비지표 24-1 2000억원, 10년 비지표 20-9 2400억원, 6700억원, 3500억원, 20년 비지표 400억원 등으로 구성해 총 1조5000억원 규모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글로벌 긴축 여파로 금리가 급등하자 비교적 빠른 시점에 시장 안정 목적으로 개입했다. 반면 이번에는 국고채 3년물이 이미 연 3%를 넘어서고, 회사채 시장까지 흔들린 뒤에야 뒤늦게 매입에 나섰다.

이에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실제로 채권시장 불안은 상당 기간 방치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월 중순 2.4%대에서 불과 한 달여 만에 3.03% 수준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 2.50%와의 금리차는 50bp를 훌쩍 넘겼고, 10년물도 3.4% 안팎에서 고착화됐다.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넘어 긴축 장기화 가능성까지 반영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한은의 단순 매입의 규모와 목적이 애매모호해 최근 금리 상승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단순매입의 목적과 규모가 다소 애매모호하다”며 “1조5000억원 규모는 ‘RP매각 대상증권 확충’ 목적으로는 큰 반면 ‘금리 변동성 완화’ 목적으로는 작아 금리 급등을 완화시키는 정도의 효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단순매입 시행은 최근 금리 상승에 따라 한국은행의 단순매입 기대가 계속해서 높아진 과정에서 시행된 정책으로 일부 시장 금리 급등세를 진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과거와는 다소 다른 이유를 근거로 시행한 단순매입이라는 점에서 시장 안정의 목적은 크지 않다는 면이 시장 심리를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향후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각하려면 국채가 필요해 매입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시장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국채 매입 규모가 충분하지 않고 목적이 불분명해 금리는 안정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까지도 “아직 시장에 개입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기조를 유지하며 “RP 제도 변경으로 일정 수준의 국고채 보유가 필요해 매입에 나선 것일 뿐”이라며 시장 안정 목적과는 선을 긋고 있다.

◆연초 회사채 발행 시장 경색 우려 = 문제는 국고채 금리 급등은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의 어려움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AA- 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는 3.5%선에 근접했고, BBB급 비우량채는 9%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크레딧 스프레드도 빠르게 확대되며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불어났다. 내년 상반기에만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58조원에 달한다.

12월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던 SK텔레콤과 KCC글라스는 회사채 발행을 잠정 중단하고 내년 상반기로 발행 일정을 연기했다. 현재로서는 다수 기업들이 금리급등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을 우려해 내년 3~4월 정도가지 미루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채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국채 금리가 오버슈팅 수준으로 볼 수 있는 국고 3년 기준 3%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경우, 연초 회사채 발행 물량은 예상보다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1~2월 회사채 만기 물량이 대거 도래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 물량은 차환 발행되겠지만 현재 국채금리 수준에서는 발행 시기를 늦추는 물량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국고 3년물이 2.9% 수준으로 안정화 될 경우엔 연초 회사채 발행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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