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저평가 논란’ 확산
NYT “구매력 기준 30% 저평가”
수출 호조 속 가치 논쟁 커져
중국 위안화가 최근 몇 주간 소폭 반등했음에도, 국제 비교로 보면 여전히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위안화 가치가 경제 기초여건과 맞지 않을 만큼 낮게 형성돼 중국 상품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싸게 보인다”고 전하며, 올해 중국의 무역흑자가 이미 1조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NYT는 극단적인 가격 격차를 예로 들었다.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은 1박에 약 2000달러지만, 베이징 같은 호텔은 340달러다. 맥도날드 빅맥 가격도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중국 원플러스15 스마트폰은 미국에서는 999달러지만 중국에서는 692달러에 판매된다. BYD의 실(Seal) 하이브리드 차량은 중국 내 가격이 1만5500달러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는 약 5만달러가 책정된다. 이 같은 차이는 단순한 물가나 기업 전략 때문만이 아니라 “지나치게 약한 위안화”가 핵심 배경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 내에서도 위안화 가치가 과도하게 낮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중국 인민은행 금융통계국장을 지낸 셩쑹청(Sheng Songcheng) CEIBS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구매력평가(PPP·각국의 물가를 기준으로 환율이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지를 계산한 값)를 설명하며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환율은 1대7이 아니라 1대5 또는 1대4가 돼야 한다”며 “일부 계산에 따르면 1달러는 3.5위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위안화가 현재 가치보다 최대 30% 이상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위안화 절대 가치가 낮게 유지되면서 중국 수출은 기록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이다. NYT는 지난 5년간 중국의 대 EU 자동차 수출이 16배나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해외여행 수요는 크게 위축됐다. 위안화 가치가 낮다 보니 해외 여행비 부담이 급증해 2019년 대비 유럽 여행객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최근 국경절 연휴 동안 중국 여행객의 1회 평균 지출은 125달러에 그쳤다.
이런 흐름은 2022년 상하이 봉쇄 이후 본격화했다. 두달 동안의 도시 봉쇄는 중국 전역의 소비심리를 급격히 떨어뜨렸고, 많은 가계와 기업이 위안화를 팔아 달러 등 외화 자산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주택·광산·해외 기업 인수 등 해외 투자 흐름이 이어지며 자본이 빠져나갔고, 금 매수로 이어져 금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NYT는 설명했다. 중국 중앙은행은 당시 환율 하락을 사실상 용인했고, 이후 약 3년 동안 낮은 환율 수준을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위안화가 약간 강세로 돌아서려 하자 중앙은행이 다시 시장에 개입해 상승 속도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기적 자금이 위안화 강세에 베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물가 변화도 위안화 저평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5년간 유럽의 생산자물가가 35%, 미국은 26% 상승했지만 중국은 정체하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통화 가치가 강세로 조정되지 않은 채 물가만 벌어지다 보니, 중국산 제품은 국제 시장에서 더 싸게 보인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다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NYT는 전했다. 전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고문 먀오옌량도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이야말로 위안화 절상을 허용할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장기간 누적된 가격 왜곡이 완화되고, 중국 경제의 국제 신뢰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취지다.
NYT는 결론적으로 “위안화는 최근 소폭 강세를 보였지만 절대 수준에서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성장 둔화, 부동산 침체, 투자 자금의 해외 유출 등 구조적인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단기간에 균형 수준을 되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