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 군비 2.7조달러 역대 최고

2025-12-11 13:00:05 게재

우크라·중동 전쟁에 세계 군비 급증 … 미국·유럽 업체가 최대 수혜

인포그래픽=AFP·연합뉴스 사진 활용해 AI로 그래픽 합성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지난해 2조7000억달러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주요국 방산업체들의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군비 증가율은 9%로 1992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세계 각지 분쟁이 격화된 영향이라는 게 국제 군비 통계 분석 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분석이다.

군비 지출은 최근 3년 연속 가속화하는 추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각국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면서 방산업계는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세계 방산업체 100곳의 지난해 총매출은 6790억달러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이다. 상위 5개 기업이 2140억달러를 벌어들여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유럽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군비 지출은 17% 급증했다. 전쟁 이전 3년간 연평균 5%였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31%, 루마니아는 43% 늘렸다. 우크라이나는 670억달러를 국방비로 지출했는데, 이는 GDP의 34%에 달한다.

중동도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해 방위비는 전년 대비 15% 늘었다. 가자 분쟁 이전 3년간 연평균 0.4%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연간 국방비가 1조달러에 육박하며, 중국이 3180억달러로 2위를 기록했지만 격차는 여전히 크다.

국방비 확대는 방산업체 실적 개선으로 직결됐다. 미국과 유럽 대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었고, 유럽 내 지출 확대는 일본과 한국 방산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반면 중국은 부패 의혹으로 주요 무기 조달 계약이 지연되면서 방산업체 매출이 감소했다. 세계 방산주 지수는 벤치마크 지수 대비 두 배 속도로 상승했다.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RTX, 보잉, 제너럴다이내믹스 등 미국 방산 5대 기업은 오랜 기간 미 국방부 대형 계약을 독식해왔다. 브라운대 ‘전쟁의 비용’ 프로젝트와 퀸시연구소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2020~2024년 사이 7700억달러 규모의 국방부 계약을 따냈다. 같은 기간 전체 계약액 2조4000억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국 정부는 해외 무기 판매 과정에서 강력한 중개자 역할을 하며 자국 방산업체의 우위를 공고히 한다. 해외 구매국은 방산업체와 직접 협상하거나, 미국 정부가 구매와 가격 협상을 대신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퀸시연구소 윌리엄 하툰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예비부품 공급까지 맡는 FMS 구조 때문에 “구매국은 조달이 훨씬 간편해진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의 외국군사금융(FMF)은 사실상 미국산 무기 구매를 의무화한다. FMF를 받는 국가는 법적으로 그 지원금을 미국 무기 구매에 써야 한다.

하툰 연구원은 “이 자금의 최종 수혜자는 록히드마틴과 RTX 같은 미국 무기 제조업체”라고 지적했다. 폴란드는 2023년 9월 이후 FMF 자금 150억달러 중 상당액을 보잉, 노스럽그루먼, 록히드마틴과의 계약에 투입했다.

수요 급증으로 생산 병목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툰 연구원은 미국 방산업체들의 미인도 주문이 매우 높아 “해외 고객들에게 제때 무기를 인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는 올해와 내년에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드론 등 신기술의 등장이 시장 판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툰 연구원은 “드론 전쟁의 확산은 일부 미국 방산업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드론 같은 신형 군사 기술이 기존 유인 전투기 등 고가 무기체계의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각국이 비용이 많이 드는 유인 전투기를 덜 사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동성 높은 중소형 업체와 해외 경쟁사의 시장 진입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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