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엘라 연안서 대형 유조선 억류”
군사긴장·충돌우려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대형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압박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 중 “방금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매우 큰 유조선을 나포했다”며 “사상 최대 규모이며 나포에는 매우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유의 향방에 대해 묻자 그는 “우리가 가질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나포는 단순한 해상 단속을 넘어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정권에서 축출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안경비대는 이날 오전 베네수엘라 연안 공해상에서 유조선을 나포했다. 선박은 ‘스키퍼(Skipper)’호로 확인됐으며,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Petróleos de Venezuela)의 원유를 적재하고 아시아로 향하던 중이었다.
미국 관계자들은 해당 선박이 과거 이란산 원유 밀수에 연루된 이력이 있으며 이번 나포는 연방 판사가 약 2주전 발부한 압류 영장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장이 유조선 자체를 겨냥한 것인지 실린 원유를 겨냥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법적 소유권 또한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유조선과 원유에 대한 미국의 법적 소유 권한에 대한 질문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추가 나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는 마두로 정권의 경제 기반을 흔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석유 수출에 극도로 의존하고 있으며 석유 수익은 식량과 의약품 등 필수품 수입에 사용된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부패, 경영 부실로 인해 생산량은 급감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달간 석유 수출은 회복세를 보이며 11월 기준 하루 약 92만 배럴을 기록했다.
미국은 이러한 흐름을 차단하고자 군사력을 크게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리브해에 1만 5000여명의 병력과 함께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 등 12척의 군함을 배치하도록 지시했으며 “머지않아 해상에서의 작전을 육상 목표로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이후 미군은 마약 밀수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을 공격해 총 22건의 작전에서 8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은 베네수엘라의 반체제 인사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날과 겹쳐 상징성이 더욱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에 대해 꾸준히 압박을 가해왔지만 최근 마두로 대통령과 회담 가능성을 타진하는 통화를 나눈 적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엔 그와 다시 통화한 적 없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을 겨냥해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수단을 모두 동원 중이다. 정권 붕괴를 노리는 전방위 전략은 유조선 나포를 시작으로 한층 더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