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인수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
투자자 불안, 주가 10% ↓ “부채는 크지만 감당 가능”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영화·TV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포함한 핵심 자산을 720억달러(약 105조6000억원)에 인수키로 하면서 막대한 자금 조달 계획이 신용등급 하락 위험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넷플릭스가 현재 보유 중인 S&P 글로벌의 A 등급이 BBB 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 자금 중 약 590억달러는 월가 은행들로부터 임시 차입을 통해 조달될 예정이다.
그런데 인수 경쟁에 뛰어든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가 워너브러더스 전체 기업가치를 1080억달러 이상으로 제시하며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고 있어 넷플릭스가 인수 가격을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부채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더불어 이번 인수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 측에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무디스는 12월 8일 넷플릭스의 A3 등급을 유지하면서도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인수로 인한 부채 증가와 거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12월 4일 종가 103.22달러였던 넷플릭스 주가는 인수 소식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12월 10일 종가 92.71달러까지 떨어졌다. 4거래일간 약 10.2% 하락한 수치로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무디스는 해리 포터, HBO, DC 코믹스 등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지식재산(IP)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인수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인수가 완료될 경우 넷플릭스 총부채가 현재 1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가 결합된 신설 회사는 내년에 약 204억달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돼 이자 상환 능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트리밍 산업 초창기 넷플릭스는 정크 본드(투기등급 채권)에 의존하며 ‘빚플릭스(Debtflix)’라는 오명을 얻었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 이후 글로벌 수요 증가로 급격한 실적 개선을 이루며 2023년에는 연간 69억달러 이상의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하게 됐다. 이는 신용평가사들이 넷플릭스를 투자등급 기업으로 재평가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올스프링 글로벌의 짐 피츠패트릭 신용 리서치 책임자는 “넷플릭스는 이제 이 정도 규모의 인수를 감당할 자격을 갖췄다”며 “만약 인수 가격이 오르더라도 그들의 대차대조표는 이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스티븐 플린 분석가 역시 “과거와 달리 지금 넷플릭스는 매출, 이익, 현금흐름 모두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라며 신용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