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비만주사, 체중 29% 감량 확인
차세대 치료제 경쟁 가속
무릎관절염 동반 환자 임상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최신 비만 치료 주사제가 후기 임상시험에서 환자 체중을 최대 29%까지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회사는 이번 임상 약물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가 체중 감량뿐 아니라 신체 건강 지표도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은 비만과 무릎 관절염을 함께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약물을 투여한 그룹은 68주 동안 평균 28.7%의 체중을 감량한 반면, 위약(placebo) 투여군은 평균 2.1% 감량에 그쳤다. 릴리는 “8명 중 1명은 무릎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체중이 지나치게 줄어 임상을 중단한 환자도 있었다”고 밝혔다.
케네스 커스터 릴리 부사장은 “이번 결과는 레타트루타이드의 강력한 효과를 보여준다”며 “심각한 체중 감량이 필요한 환자, 특히 관절염 등 합병증이 있는 환자에게 중요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타트루타이드는 GLP-1 계열의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릴리의 기존 치료제 제프바운드(Zepbound·2023년 승인)가 용량에 따라 약 15~21%의 감량 효과를 보였던 것과 비교해 효능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BMO캐피털마켓의 에번 시거먼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과가 “레타트루타이드의 효능을 더욱 확고히 하는 데이터”라고 밝혔다.
임상 발표 이후 관련 주가도 즉각 반응했다. 릴리 주가는 11일 뉴욕장에서 1.6% 상승 마감했고,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주가 역시 덴마크 시장에서 3.4% 올랐다.
한편 릴리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이 약물이 과체중과 당뇨를 동시에 갖고 있는 환자의 체중을 평균 10.5% 낮추며 주요 목표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11월 오르포글리프론에 대한 심사를 우선 검토하기로 했으며, 출시 시점은 내년으로 예상된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급성장 속에서 릴리는 올해 제약사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회사는 레타트루타이드의 추가 임상 결과를 2026년에 공개할 예정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