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줄줄이 투자 경고 ‘논란’

2025-12-12 13:00:22 게재

역대급 코스피 불장에 이달에만 9개 종목 경고 …‘과도한 조치’

“이러니 국장 안 하지” 개미들 분노 … 거래소 “제도개선 검토”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들이 줄줄이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거세다. 역대급 코스피 불장에 이달에만 대형주 9개가 경고를 받으면서 증시 상승 랠리에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뉴욕증시 상승에 힘입어 전 거래일 대비 0.68% 상승한 4163.32로 출발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하락세로 전환하며 결국 0.59% 내린 4110.62로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인하와 단기국채 매입발표로 인한 우호적 유동성 환경에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상승 폭을 모두 반납했다. 주가지수 선물·옵션, 개별 주식 선물·옵션 등 네 가지 파생상품 만기가 겹치는 ‘네 마녀의 날’을 맞아 변동성이 커진 이유도 있었지만, 시가총액 411조3213억원으로 전체 2위인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의 연이은 투자 경고 종목 지정 영향이 컸다. 한국거래소가 이날부터 SK하이닉스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악화한 것이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SK하이닉스의 전일 종가가 1년 전(2024년 12월 10일)보다 200% 이상 상승하고, 최근 15일 종가 중 최고가여서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15일간 시세 영향력을 고려한 10개 계좌의 매수 관여율이 4일 이상인 점도 투자경고 종목 지정 사유였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3.75% 하락한 5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함께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SK스퀘어도 1.7% 하락 마감했다.

투자경고 종목은 매수 시 위탁증거금 100%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미수거래와 신용융자로 해당 종목을 살 수 없다. 지정일 10일째 이후부터 △당일 종가가 5일 전날 종가보다 45% 이상 상승 △당일 종가가 15일 전날 종가보다 75% 이상 상승 △당일 종가가 15일 종가 중 최고가 등 3가지 항목에 모두 해당하지 않을 때 투자경고 종목에서 해제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오는 24일부터 시장 상황에 따라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투자 경고 종목 지정은 조직적인 주가조작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시장경보 장치다. 이러한 시장경보 제도에 대형주까지 투자 경고 명단에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는 올해 들어 코스피가 71.31% 상승하고, 특히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며 상승한 영향이 크다.

올들어 코스피가 최고가를 연신 경신하면서 투자 경고 지정이 잇따랐다. 투자 경고 지정 건수는 72건으로 지난해 연간 44건을 넘어섰다. 최고 등급 위험을 나타내는 투자위험 지정도 7건으로 지난해의 7배 수준에 이른다.

시가총액 19조5583억원에 달하는 현대로템은 전날 투자경고 종목에 지정됐고 시가총액 46조6133억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같은 날 주가 급등으로 투자주의 종목에 지정됐다. 지난 8일에는 시가총액 49조5154억원 규모의 두산에너빌리티가 투자 경고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 경고 종목은 이달 코스피에서만 9종목에 달한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주까지 규제 대상이 되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가격이 급등하는 종목이 경고 대상이라며 기계적으로 적용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역대급 상승장에서 유망 종목의 경우 수익률 상승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AI(인공지능) 랠리와 메모리업황 전반에 유례없는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확산하며 주가는 1년 새 230%가량 올랐다. SK스퀘어도 SK하이닉스 훈풍과 상법 개정 이슈로 같은 기간에 290% 상승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와 단기국채 매입 개시로 글로벌 증시에 유동성이 계속 유입되면 시장경보 제도 적용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거래소가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매매 상황을 고려하여 투자경고 종목(초장기상승&불건전요건) 지정 요건을 단순수익률이 아닌 주가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을 기준으로 변경, 시가총액 상위종목 제외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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