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에 통일교 수사팀 ‘속도전’

2025-12-12 13:00:22 게재

윤영호 접견조사, ‘뇌물죄’ 적용 가능성 타진 … 거론 정치인 일부 출국금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팀장 박창환 총경)이 통일교의 여야 정치인 금품 제공 의혹 수사 첫날부터 속도전에 나섰다. 수사팀은 11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접견 조사하며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민중기 특검팀이 사건을 뒤늦게 경찰에 이첩한 탓에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경찰 안팎에서는 ‘뇌물죄 적용 가능성’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전담팀은 이날 오후 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본부장을 약 3시간 동안 조사했다. 윤 전 본부장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이미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그가 특검과 법정에서 했던 진술 내용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이 빠른 조치를 취한 이유는 공소시효 때문이다. 대가성과 관계없이 처벌하는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금품이 2018년에 전달됐다면 이미 도과했거나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직무 관련 ‘대가성’을 전제로 하는 뇌물죄가 적용될 경우, 금액에 따라 공소시효가 최대 15년까지 늘어난다.

결국 경찰 수사는 ‘대가성 있는 금품 제공’ 여부 입증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금품 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없었다”며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특검에 “2018~2020년경 전 전 장관에게 명품시계 2개와 수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고, 이를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한 청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본부 일대. 사진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윤 전 본부장이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정치인도 지원했다”고 진술하면서 불거졌다. 경찰 수사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는 그의 진술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죄 모두 공여자도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윤 전 본부장이 기존 진술을 유지할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윤 전 본부장 주변에서는 그가 지난 1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지원했던 정치인의 실명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특검이 특정 정당 인사들에 대한 의혹에는 소극적이었다며 ‘편파 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지난 8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지연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노수 특별검사보는 “지난 8월 말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서 언급된 대상은 여야 정치인 5명이었다”며 “정치적 고려는 없었으며, 단지 해당 진술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해당 의혹에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하며, 금품을 주고받은 정치인들에게도 뇌물죄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전재수 전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 수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이들 3명과 함께 거명된 정치인으로 알려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았다.

특별전담수사팀은 전 전 장관,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 3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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