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AI 거품 터질라” 경고음 커져
오픈AI, 2030년까지 적자 지속 … 자금 조달 막히면 연쇄 충격
14일자(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최근 엔비디아 주가 급락, 오라클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주가 폭락 등은 회의론 확산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2026년을 내다보며 AI 거품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비중을 줄일 것인지, 아니면 판도를 바꿀 기술이라는 판단 아래 오히려 더 투자할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칼로딘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짐 모로 최고경영자는 “지금은 사이클의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다”며 “그동안 좋은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실제 투자 수익이 나올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30조달러 규모로 이어진 미국 증시 강세장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초대형 기술기업과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AI 인프라 투자 수혜 기업이 주도해왔다. 이들 주가가 상승을 멈추면 주요 주가지수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픈AI는 앞으로 수년간 1조4000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았지만, 매출은 운영 비용에 크게 못 미친다.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2029년까지 1150억달러를 소진하고 2030년에야 현금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들이 추가 자금 투입을 주저할 경우 오픈AI는 곤란에 처할 수 있고, 이는 코어위브 같은 관련 기업으로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 라셔널 다이내믹 브랜드 펀드의 에릭 클라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소수 테마와 종목에 수조달러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작은 문제 신호만 나와도 모두가 동시에 빠져나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서비스 수주 증가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오라클 주가는 지난주 회계연도 2분기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고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발표 이후 급락했다. 이어 오픈AI를 위한 일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는 추가 하락했다. 12일 브로드컴 주가 급락은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이미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마진 둔화 신호가 나오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는 향후 12개월 동안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4000억달러 이상을 설비투자에 쓸 것으로 예상된다. AI 관련 매출이 늘고는 있지만, 증가 속도는 비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클 오루크 최고 시장 전략가는 “성장 전망이 둔화되거나 꺾이면 시장은 즉각 문제를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를 포함한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2026년 이익 성장률은 18%로, 최근 4년 중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터센터 투자로 인한 감가상각비 급증도 부담이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의 감가상각비는 2023년 4분기 약 100억달러에서 올해 3분기에는 220억달러로 늘었고, 내년에는 3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26년에는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잉여현금흐름이 주주 환원 후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빅테크의 밸류에이션은 과거 닷컴 버블과 비교하면 과도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스닥100지수는 예상 이익 기준 26배 수준으로, 닷컴 버블 당시 80배를 넘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블랙록의 토니 데스피리토 글로벌 주식 최고투자책임자는 “지금은 닷컴 시절의 밸류에이션이 아니며, 일부 투기적 과열은 있지만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AI 종목에 집중돼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밸류 포인트 캐피털의 사미어 바신은 “AI 기술주로 투자 쏠림 현상은 언젠가 균열이 생길 것”이라며 “2000년처럼 붕괴하지는 않겠지만 순환매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