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뇌 건강도 위협
기저질환 관리 운동·숙면 필요
만성콩팥병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콩팥기능이 감소하면서 서서히 진행하는 질환이다. 만성콩팥병은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약 5배, 고혈압이 있으면 약 3배 높아진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병이 진행하면 빈혈 고혈압 부종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 만성콩팥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원인은 심혈관질환이다. 심장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콩팥 기능의 저하는 뇌졸중 수면장애 말초신경병증 경도인지장애 치매 등 신경계 질환의 위험도 높인다. ‘콩팥이 나빠지면 뇌도 늙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박봉수 인제대 해운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말기콩팥병 환자의 약 30~50%에서 인지기능장애가 나타난다”며 자신의 연구에서도 “혈액투석 중인 환자의 절반 이상, 많게는 70%까지 인지기능 저하를 보였다”고 밝혔다.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흔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뇌혈관 손상을 일으킨다. 여기에 우울증이나 복용 중인 약물도 인지 저하에 영향을 준다.
특히 투석 중 반복되는 저혈압이나 불충분한 투석은 뇌 혈류를 감소시켜 인지 저하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많다. 하지만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혈관 손상으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의 비율이 훨씬 높다. 이는 만성콩팥병이 단순히 신장의 문제를 넘어 전신 혈관의 노화를 가속화시키는 질환임을 보여준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기저질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이 더해지면 뇌와 콩팥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글림파틱(glymphatic) 시스템’, 즉 뇌 속 노폐물 배출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수면 중 활성화되어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한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여러 신경계 질환이 글림파틱 시스템의 기능 저하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이 시스템의 기능이 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콩팥 기능이 나쁜 환자는 뇌 속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배출하지 못하며 특히 수면부족이 이러한 기능 저하를 더욱 악화시켜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숙면을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