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딜 올해 4조5천억달러…월가, 최대 호황
초대형 M&A·LBO 몰리며 거래액 사상 두번째 규모
올해 전 세계 인수합병(M&A)과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LBO) 등 대규모 기업 거래 규모가 4조5000억달러에 이르며, 증시와 투자은행 업계가 수년 만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글로벌 거래액은 전년보다 약 40% 늘었고, 연간 기준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블룸버그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초대형 거래가 금융·산업 전반에서 동시에 분출되며 월가에는 ‘빅딜의 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말로 갈수록 거래 열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인수를 두고 맞붙은 경쟁이 대표적이다. 한 기업을 놓고 복수의 전략적 투자자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올해 M&A 시장의 과열된 분위기와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성사되거나 합의에 이른 초대형 거래도 잇따랐다. 유니언퍼시픽은 경쟁 철도회사 노퍽서던을 부채를 포함해 800억달러 이상에 인수하기로 했고, 비디오게임 업체 일렉트로닉아츠는 사상 최대 규모의 LBO 대상이 됐다.
앵글로아메리칸의 테크리소시스 인수 역시 글로벌 광산업 지형을 재편할 거래로 꼽힌다. 300억달러를 넘는 초대형 거래 건수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은 거래 급증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벤 월리스 골드만삭스 미주 M&A 공동 책임자는 “이사회와 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서 지금이야말로 대규모 결합을 추진할 수 있는 다년간의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국면 초입에 들어서면서 유동성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거래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M&A 호황이 갖는 의미는 숫자 이상이다. 대형 인수합병은 주가 상승과 풍부한 자금 여건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가능한 만큼, 자본시장이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M&A가 늘어나면 투자은행의 수수료 수익과 기업 자금 조달이 확대되고, 이는 증시 전반의 거래 활력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인수 대상 기업은 기존 주가보다 높은 가격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고, 인수 경쟁이 붙을 경우 주가가 인수 가격에 수렴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초과 수익을 노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다만 과열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크게 오른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월가 안팎에서는 “공포가 다시 시장을 지배하지 않는 한, 단기간에 이 같은 거래 흐름이 꺾일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결과적으로 올해 4조5000억달러에 달한 글로벌 M&A·LBO 러시는 증시 활황과 맞물려 투자은행들에게는 기록적인 한 해를 안겼다. 동시에 초대형 인수 경쟁이 잇따르며, 자본시장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