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투자에 미정부 “큰 승리”

2025-12-16 13:00:17 게재

한미합작 제련소 추진 … 경영권 분쟁 영풍·MBK, 법원에 가처분 예고

고려아연이 미국 전쟁부·상무부와 한미 합작 제련소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트럼프정부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쏟아냈다.

15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미국에 커다란 승리(Big win for America)”라며 “테네시에서 추진되는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transformational deal)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항공우주·국방,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자동차, 산업 전반,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13종의 핵심·전략 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한국시각 15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강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에 65만㎡의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고려아연과 미정부·방산업계가 합작법인을 세워 제련소를 설립한다.

내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2029년부터 단계적 가동과 상업 생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곳에서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금속부터 은·금 같은 귀금속,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 등 핵심광물에 이르기까지 총 13개 제품을 생산한다.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 규모는 설비투자 기준 약 10조원(66억달러)이며 운용자금·금융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총 1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미 상무부는 최대 약 3000억원(약 2억100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러트닉 장관은 “고려아연의 최첨단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우리는 핵심광물을 대량으로 (미국)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외국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단호하게 강화하게 된다”며 “구체적으로 미국은 고려아연의 생산 확대분 중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권한(preferred access)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파인버그 전쟁부 부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을 미국의 국방 및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자산으로 보고, 행정부 차원의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지시한 바 있다”며 “전쟁부가 14억달러를 조건부로 투자해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서 아연 제련소와 핵심광물 가공 시설을 건설한다. 이는 지난 50년간의 제련산업 쇠퇴를 되돌리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신규제련소는 75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항공우주·국방·전자·첨단 제조 전반에서 병목 없는 전략광물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증폭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고려아연측과 갈등관계에 있는 영풍·MBK파트너스는 미 제련소 건설 추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영풍과 MBK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 경영진이 임시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의결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측 이사들은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안건에 대해 사전 보고나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며 “이는 사업적 상식에 반하는 경영권 방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10조원 규모의 자금과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알짜배기 지분을 미국 투자자들에게 헌납하는 것은 기형적인 구조다. 이사회의 배임 우려는 물론 개정 상법상 이사의 총주주 충실 의무에 반할 소지가 크다”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풍·MBK는 “울산제련소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지으면 국내 제련 산업 공동화는 물론 핵심 기술 유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수십년간 축적된 고려아연의 독보적인 제련 기술이 합작이라는 미명 하에 해외로 유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광·이재호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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