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강세론 부상…중국 정책변화 조짐
시진핑 체제서 이례적 논쟁
수출급증에 국제 우려 확산
중국 내부의 정책 핵심 인사들과 가까운 경제계에서 위안화의 장기적 약세가 중국 경제 성장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수출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내수와 소비 중심 경제로 전환하고, 커지는 무역 갈등을 완화하려면 위안화 가치 상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블룸버그는 16일(현지시간)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력한 통제 아래서 중국 경제학자와 전직 인민은행 고위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이런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이는 당국 내부에서 정책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관리 변동환율 체제 아래에서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점진적 절상을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가 경제 기초체력 대비 약 25%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류스진은 이달 베이징 연설에서 향후 5년간 중국의 대외무역 전략에 중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수출과 수입의 기본적 균형 회복을 강조했다. 합리적인 위안화 절상은 해외 구매력을 높이고 소비를 자극하며, 위안화 국제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전 인민은행 고위 인사인 성쑹청 역시 구매력 기준으로 볼 때 위안화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으며 절상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위안화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 심화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줄면서 2024년까지 3년간 달러 대비 13% 하락했다. 올해 들어 소폭 반등했지만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약세다. 최근 인민은행은 시장 예상보다 약한 기준환율을 고시하고 국유 은행들이 달러를 매입하는 등 위안화 강세를 억제하고 있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통화 흐름 속에서 중국 수출은 급증했다. 소비 부진과 가격 경쟁 심화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올해 11개월간 상품 무역에서 1조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국제 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위안화 가치 하락이 무역 불균형을 키운다고 지적했고, 프랑스와 멕시코 등은 중국의 과잉 흑자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결제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실질실효환율은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반면 위안화 강세가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수출 급증의 핵심 원인은 국내 가격 하락과 과잉 생산이며, 통화 가치 상승만으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공장 물가 하락은 38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소매판매 증가율은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이 무역 긴장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내수 회복과 부동산 안정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수출 둔화와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의 급격한 엔화 절상과 자산 거품 붕괴, 2015년 위안화 급변으로 인한 시장 혼란 역시 중국 당국의 경계 요인이다.
그럼에도 위안화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국내외 압박이 커지면서 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만 로이터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를 선택하더라도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급격한 절상보다는 통제된 방식의 점진적 조정을 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