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주’ 백악관 내부 고백 나왔다

2025-12-17 13:00:02 게재

와일스 “결정 과정에서 극심한 충돌”

대통령·측근·실세까지 겨냥해 파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온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핵심 정책과 권력 내부의 균열을 사실상 공개 증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 대중문화 월간지 배니티 페어(Vanity Fair)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정적 수사, 측근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민감한 사안 전반에 대해 직설적 평가를 쏟아냈다. 인터뷰 직후 백악관 안팎에서는 “내부 고백에 가까운 발언”이라는 평가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와일스 실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미국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 이상의 상호관세를 발표한 과정을 두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그대로 말한 것에 가깝다(thinking out loud)”고 표현했다. 이는 관세 정책이 충분한 검토와 합의 과정을 거쳐 설계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강한 직관과 의지에 따라 속전속결로 추진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발표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13시간 만에 국가별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번복하면서 정책 신뢰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

와일스 실장은 이 과정에서 “관세가 좋은 정책인지에 대해 엄청난 내부 이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참모진은 관세를 ‘만병통치약’으로 보는 진영과 ‘재앙을 부를 정책’으로 인식하는 진영으로 양분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결국 이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생각 속으로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라고 했지만 많은 이들이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오늘은 관세 이야기를 하지 말자”며 발표를 늦추려 했다는 대목은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정책 속도를 제어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와일스 실장의 발언은 정책 비판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알코올 중독자의 성격”에 비유하며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믿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평가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과대확신과 충동성이라는 점에서 중독적 기질을 보인다는 진단이다. 그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을 어느 정도 다뤄본 경험이 있다”며 자신을 대통령의 돌발성을 관리하는 ‘조정자’로 위치 지었다.

정치 보복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솔직한 언급을 피하지 않았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후 90일까지만 정적에 대한 보복을 진행한다는 느슨한 합의”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이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수사에 대해서는 “그건 하나의 보복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부인해 온 ‘보복 정치’ 실체를 내부 인사가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

측근들에 대한 평가도 파격적이다. 와일스 실장은 J.D. 밴스 부통령을 두고 “10년간 음모론자였다”고 표현하며 트럼프에 대한 태도 변화 역시 정치적 계산의 결과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정부효율부를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케타민 중독자”이자 “이상한 천재(odd duck)”라고 지칭해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주장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 그 점에 관해선 대통령이 틀렸다”고 선을 그었다.

논란이 커지자 와일스 실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부정직하게 꾸며진 악의적 기사”라며 “중요한 맥락이 무시됐고 발언 상당 부분이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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