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장보고대상 대통령상 | 신동식 한국해사기술회장

“미국과 ‘마스가’ 설계팀 운영해야”

2025-12-17 13:00:04 게재

2천종 선박 설계·감리

대통령 직속 기구 필요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이 17일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제19회 장보고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양수산부는 “신 회장은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선박설계 기술이 없던 시절부터 조선해양산업의 기틀을 다져 오늘날 세계 1위의 조선산업과 세계 4위의 해상수송력을 갖춘 대한민국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한 주역”이라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신 회장이 해양 관련 업무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야 한다는 통합행정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해수부 창설의 기반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 사진 이의종

◆한국조선산업 설계한 조선해양산업의 아버지 = 올해 93세인 신 회장은 한국전쟁 시기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로이드선급 국제선급검사관으로 일하던 중 고 박정희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1961년 9월 귀국했다.

그는 한국전쟁 때 거대한 미군 수송함에서 탱크와 군인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멋진 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며 서울대 조선공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가난하고 진쟁을 치른 나라에 일자리는 없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에 편지를 보낸 끝에 유럽 최고 조선소인 스웨덴 코쿰의 설계부 엔지니어로 채용됐다.

경험 부족으로 현장에 적응할 수 없자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위한 기능공 양성소에 자진 입소해 12주간 스파르타 교육을 받으며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경험을 쌓은 후 영국으로 진출했다.

그는 박정희정부 초대 경제수석비서관과 해사행정특별심의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조선산업을 일구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에도 기여했다. 조선기술전문용역회사 한국해사기술을 설립해 5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경영자로서, 신 회장은 설계자로서 K조선을 일궜다는 평을 받는다.

신 회장은 귀국 당시 정부 조직에서 해무청이 해체돼 조선은 상공부, 해운은 교통부, 항만은 건설부로 흩어진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건설하고 해사산업을 일구기 위해 수산까지 포함한 해사관련 행정을 일원화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대통령에게 건의해 대통령직속 해사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으로 조선소 건설 등을 지휘했다.

1960년대 초 국가재건에 쓰인 자본과 기술 도입에도 신 회장의 활약이 컸다. 1967년 ‘대만이 세계은행(IBRD) 협력자금으로 참치어선 20척을 국제입찰한다’는 작은 기사를 눈여겨본 그는 입찰에 참여해 7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했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세간의 통념을 깼다. 이 일은 우리나라 산업이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후 세계은행의 신임 아래 철도 차량 국제입찰에 참여하는 등 여러 사업으로 이어졌다. 정해진 서울대 교수는 “신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일하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경제를 모른다고 거듭 고사했지만 박 대통령에게 경제수석의 역할은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일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세운 조선공업 계획은 1970년대에 빛을 발했다. 처음 거제도에 3개의 대형 조선소를 조성하기로 했는데 현대가 울산에 조선소를 만들면서 거제도에 2개의 조선소가 들어섰다. 정주영 회장이 대형 선박을 수주해 오면 설계도면과 기술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했다. 국가 지도자의 비전과 헌신적인 공무원들, 그리고 불굴의 민간기업가 정신이 결합했고 한국은 미국 유럽 일본의 바통을 받아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으로 성장했다.

◆‘대통령직속 해사산업 콘트롤타워’ 호소 = 신 회장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는 지금도 조선산업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조선산업이 미국과 함께 하는 마스가(미국조선산업 부흥) 프로젝트를 넘어 인도 등 세계로 진출할 길을 찾고 있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자국 조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신 회장에게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한국해사기술은 선박 설계 감리 등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2000여종의 선박을 설계하고 감리했다. 매출의 95%는 해외에서 발주한다. 지금도 현장 엔지니어 등과 소통하며 선박 기술흐름을 꿰뚫고 있다.

그는 “누구인가 미국 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마스가’를 설계해야 한다”며 “미국과 공동으로 달성할 목표를 정하고 하나씩 실행하는 내비게이션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조선산업을 설계하고 초석을 놓을 때 대통령 직속의 해사위원회가 역할을 한 것처럼 미국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여기에 한국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미국이 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기구를 백악관에 만들었는데 우리도 호응할 수 있는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구체적으로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도 “대통령 직속의 강력한 해사산업 콘트롤타워를 만들어 세계 해양패권을 목표로 하는 K조선의 길잡이가 돼주시길 건의드린다”고 호소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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