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달러’ 논란 직격한 이 대통령

2025-12-17 13:00:25 게재

“달러 반출 지적했더니 범죄 수법 가르친다 해”

생중계 업무보고 4일차 … 관세협상 후속 등

산하 공공기관 하나씩 호명하며 업무 제안·토론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사례를 언급하며 ‘업무보고 자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태’로 지적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지난달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부 등에 대한 4일차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수없이 얘기하지 않았나. 애매한 표현하지 말고 차라리 모른다고 하라”면서 “강조를 해도 가끔씩 정치에 물이 많이 들었는지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는 행정을 집행하는 지휘 체계 속에 있는 사람들 간에 서로 보고하고 보완하는 그런 자리”라면서 “왜 정치적으로 악용을 하느냐”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2일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1만불 이상의 달러를 책갈피에 끼워 반출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물었고, 이 사장은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거나 공항공사 업무가 아니라는 식으로 답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참 말이 기십니다”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며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이 사장은 업무보고 이후 개인 SNS에 글을 올려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재차 이 대통령이 제안한 달러 밀반출 관련 전수 조사 등의 지시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항명을 하는 듯한 일까지 이어졌다.

이를 놓고 야권에선 이 사장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인 데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점 때문에 더 면박을 준 것 아니냐는 정치적 논란까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설명하며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권장되거나 훌륭한 것은 아니다”라고 이 사장을 직격했다. 이어 “책임만큼 권한이 생기는데,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책임을 지지 않으면 도둑놈 심보다. 어떤 역할도 맡아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또 “범죄를 대통령이 가르쳤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몇 년 전 이미 보도됐던 것(수법)이라는 게 댓글에 다 나온다”며 “‘사랑과 전쟁’(프로그램 이름)이 바람피는거 가르치는거냐고 얘기를 하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식의 세계와 몰상식의 세계가 공존한다. 국민, 대중은 집단지성을 통해서 다 보고 있다”면서 투명한 국정운영 과정을 보여주는 생중계 업무보고의 필요성도 재차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마치면 오는 23일까지 총 7일간에 거쳐 진행되는 업무보고의 반환점을 돌게 된다. 사상 최초로 생중계로 업무보고가 진행된 만큼 관심도 많이 받았지만 논란거리도 그만큼 많았다. 책갈피 달러와 환단고기 논쟁은 물론 이 대통령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기관장들을 질책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노출되면서 야권에선 ‘직장 갑질’ 등의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3일차 업무보고일이었던 전날(16일)에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중간중간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며 회의를 끌어갔다. 모두발언에선 “무슨 폭탄이 떨어질까 긴장되죠” “(업무보고가) 넷플릭스보다 더 재미있다는 설이 있다”고 농을 던져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즉석 지시 등도 잇따랐다. 탈모 및 비만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검토를 지시하는가 하면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 경찰관리(특사경) 지정할 수 있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민간업체에 인허가를 준 데 대해선 “특혜”라고 지적하며 “공공영역에 주고 수익금을 공적으로 유익하게 써야 한다”는 정책 기조를 제시하기도 했다.

업무 관련 질문에 모호하게 답하는 기관장에 대해선 여전히 매서운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마약퇴치운동본부의 마약사범 재소자 교육 실시 관련 질문에 대해 서국진 이사장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여러 차례 “정확하게 답하라”고 다그쳤다. 관련 국장이 이어받아 대답하는 과정에서 기소유예와 집행유예를 혼동하자 “(둘을) 구분을 못하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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