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AI 조직 뒤엎고 ‘칩·모델’에 사활
오픈AI에 100억달러 이상 투자 논의
클라우드 핵심 경쟁력 구축에 총력
아마존이 인공지능(AI) 조직을 전면 재편하며 자체 반도체와 AI 모델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 동시에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추진하면서, 클라우드 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칩과 모델’로 다시 세우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AI 부문 최고 책임자가 회사를 떠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시지에서 “여러 핵심 기술에서 전환점에 도달했다”며 “장기적으로 고객과 아마존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의 중심에는 칩과 AI 모델이 있다. 아마존은 기존 AI 조직을 해체하고, 데이터센터 엔지니어링을 총괄해온 피터 드산티스를 새 핵심 조직의 수장으로 앉혔다. 그는 앞으로 아마존의 AI 모델 개발, 자체 반도체 설계 조직, 양자컴퓨팅 연구까지 한꺼번에 총괄한다. AI 모델 개발과 인프라 기술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축으로 묶겠다는 의미다.
반면 아마존의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을 이끌어온 로힛 프라사드는 연말에 회사를 떠난다. 그의 후임으로는 오픈AI 출신 연구원이자 로봇 스타트업 코베리언트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아비일이 합류한다. 아비일은 AI 모델 개발과 함께 로봇 분야 연구도 계속 맡을 예정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전 세계 최대 클라우드 사업자지만, AI 경쟁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자체 칩과 자체 모델의 채택 속도가 경쟁사보다 느렸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아마존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트레이니엄’이라는 AI 학습용 칩을 개발했지만, 현재까지 주요 고객은 아마존 내부와 아마존이 투자한 앤스로픽 정도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이 꺼내 든 카드가 오픈AI와의 협력 강화다. FT에 따르면 아마존은 오픈AI에 100억달러를 넘는 투자를 논의 중이며,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오픈AI의 기업가치는 5000억달러를 웃돌 수 있다. 협상에는 오픈AI가 아마존의 트레이니엄 칩을 사용하고, AWS 데이터센터 용량을 추가로 임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를 재정비하며,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와도 데이터센터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실제로 오픈AI는 이 합의 직후 아마존과 7년에 걸쳐 380억달러 규모의 서버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 논의는 이 계약 위에 추가로 얹히는 형태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오픈AI 투자가 자체 칩 전략의 시험대가 된다. 오픈AI가 트레이니엄을 본격적으로 채택할 경우, 아마존은 엔비디아와 구글의 칩에 맞설 수 있는 대표적인 외부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이번 협력으로도 오픈AI의 가장 강력한 비공개 모델을 아마존의 개발자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는 없다. 해당 권리는 2030년대 초반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유지한다.
FT는 아마존의 일련의 행보를 “클라우드, 반도체, AI 모델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 경쟁사 추격에 나선 시도”라고 평가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단순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해 트레이니엄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AI 경쟁이 성능뿐 아니라 비용과 칩 공급망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아마존의 ‘칩·모델 집중 전략’이 AWS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