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외교·통일부 갈등에 “일시적 이견”
양측에 ‘자제’ 메시지 비공식 전달 … ‘봉합’ 시도
“부처 간 이견 노출 반복되면 국민에게 피로감”
이 대통령, 19일 업무보고에서 ‘교통정리’ 주목
대북 접근법을 놓고 외교부와 통일부 간에 이견이 노출되자 대통령실이 “일시적 이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최근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갈등이 부각되자 대통령실에선 양측에 자제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외교부와 통일부 간에 다소 이견이 있는 것을 자연스럽고 일시적 현상”이라면서 “이것이 장기적으로 구조적으로 엇박자가 나선 안 되는 것이고,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쪽(정동영 통일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에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부처 간 이견이 노출된 데 대해 대통령실이 봉합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관련 논란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이른바 ‘자주파’가 목소리를 키우면서 시작됐다. 한미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위해 지난 16일 열린 한미 협의에 통일부가 불참 선언을 했는데 이것이 공식적으로는 첫 불협화음으로 기록됐다.
특히 같은 날 임동원 정세현 이재정 조명균 김연철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 정책을 맡길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면서 정 장관에게 힘을 실었고 파장은 더욱 커졌다.
논란이 한번 불거지자 그 전의 갈등 양상까지 같이 터져나오는 모습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상임위원장직을 통일부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는 내용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동맹파’로 분류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를 정 장관이 맡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유엔사의 비무장지대(DMZ) 출입 제한 조치에 대해 정 장관이 “주권국가로서 체통이 말이 아니다”면서 불만을 토로한 일도 새롭게 부각됐다.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 ‘평화적 이용 목적’을 전제로 DMZ 출입 특례를 만들자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정 장관과 통일부가 힘을 실은 것이다.
결국 유엔사에선 17일 DMZ 출입 통제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공식 성명까지 내며 반발하는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이는 여당과 통일부 등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DMZ 출입 논란은 안 그래도 갈등 양상이었던 외교부와 통일부 간의 또다른 불씨로도 작용하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DMZ 출입 논란과 관련해 “유엔사 및 유관 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며 통일부와 결이 다른 신중한 입장을 냈다.
이처럼 부처 간 갈등 양상이 어떤 거름망도 없이 노출되자 대통령실에서도 봉합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대통령실의 이런 구두 경고 수위가 생각보다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등 이재명 대통령의 ‘교통정리’ 의지에 대한 의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처 간의 이견이 노출되는 것이 민주 국가에선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지만 너무 지속적으로 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고, 정책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우려를 가질 수 있는 소지가 생긴다”면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어쨌든 협력을 해나가야 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부처 간 이견을 이용하거나 대북정책 협력과 관련해 소극적인 입장으로 변화하는 등의 부수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실 이런 이견들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비공식적으로 조율되어야 하고, 교통정리가 됐어야 한다”면서 “그런 부분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시선은 19일 오전으로 예정된 외교부와 통일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최근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