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러더스 인수전, 넷플릭스로 기우나
FT “엘리슨, 개인 보증 필요"
CNN 분리매각 논의도 유리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 인수전의 향방이 넷플릭스로 기우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논평에서 “표면적으로는 주당 현금 30달러를 제시한 파라마운트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거래를 끝까지 성사시킬 수 있는 쪽이 어디인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FT가 주목한 핵심은 자금 조달의 확실성이다.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는 WBD 전면 인수를 위해 대규모 자기자본과 차입을 동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래리 엘리슨 일가는 자기자본 부족분을 백스톱(backstop·인수 자금이 부족할 경우 끝까지 대신 메우겠다는 최종 보증 장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주체가 개인이 아닌 ‘철회 가능한 신탁’이라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WBD 이사회는 이 점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엘리슨이 개인 자격으로 직접 보증하는 빈틈없는 개인 보증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이 대목에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2022년 트위터 인수 당시 개인 보증을 제공했고, 한때 인수 철회를 시도했지만 결국 거래를 마무리했다. WBD가 엘리슨에게 요구하는 수준도 그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FT는 “엘리슨은 머스크가 아니다”라면서도, 그렇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더 명확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탁을 통한 보증은 자산 이동이 가능해 법원이 거래 성사를 강제하기 어렵고, 최악의 경우 손해배상 책임도 제한적일 수 있어 WBD를 안심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히려 줄어드는 흐름이다. 넷플릭스는 워너 전체가 아니라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와 HBO맥스 등 핵심 콘텐츠·스트리밍 사업만 인수하고, CNN을 포함한 TV 네트워크는 제외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시장에서는 “TV 채널을 빼고도 가격이 충분하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 CNN 등 TV 네트워크를 뉴욕의 헤지펀드 스탠더드 제너럴이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 TV 사업이 별도 거래로 가격을 인정받을 경우, 넷플릭스가 제시한 인수가는 ‘본체만의 가격’으로 명확해진다. FT는 이 점이 넷플릭스 안의 구조를 한층 단순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비교 구도도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인수 대상과 가격, 거래 구조가 비교적 깔끔한 반면, 파라마운트 안은 더 높은 가격을 내세우면서도 자금 조달과 거래 성사를 둘러싼 의문이 남아 있다. FT는 “주주들은 이사회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지만, 불확실성의 커질 경우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엘리슨이 판세를 뒤집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FT는 덧붙였다. 오라클 주식만 2060억달러어치를 보유한 만큼, 보다 직접적인 백스톱이나 아예 개인 자금 투입을 통해 파라마운트의 제안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당 인수가를 몇 달러만 더 올려도, 재무적으로 더 우월한 제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다. 물론 엘리슨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FT는 “할리우드에서 성공하려면 결국 관객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번 인수전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