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위기 국힘…장동혁발 ‘선 감사, 후 확장’ 통할까
내부갈등 장기화되면서 대여투쟁 동력 약화
당권파 “내부총질 단죄→내년 초 중도확장”
친한계 “감사 소동으로 통일교 호재 다 날려”
국민의힘이 존재감 상실의 위기에 놓인 모습이다. 연일 ‘이재명정권 규탄’을 외치지만 힘이 실리지 않는다. 내홍이 장기화되면서 보수층조차 국민의힘을 외면하는 탓이다. 이 와중에 장동혁 대표측이 ‘선 감사, 후 확장’을 고수하자, 친한계(한동훈)는 “지금이 감사 타령할 때냐”고 반박한다.
19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1야당 국민의힘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 15일부터 ‘사법 파괴 5대 악법’ ‘국민 입틀막 3대 악법’을 저지하겠다며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지만, 민주당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입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이 여론의 호응을 받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자, 민주당이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독주’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에 장기 정체된 상황에서도 비롯된다. 민주당이 지지율이 부진한 국민의힘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16~18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40%, 국민의힘 26%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존재감 위기에 직면했지만, 장 대표측은 ‘선 감사, 후 확장’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친한계의 ‘내부총질’을 겨냥한 당무감사를 강도 높게 실시한 뒤 내년 초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중도확장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측 인사는 “내부총질을 통해 보수를 나락으로 밀어 넣은 인사들에 대해선 엄중한 감사를 통해 징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통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인사는 “내달(2026년 1월)까지 감사와 징계를 마친 뒤 중도표심을 겨냥한 노력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도확장 노력에는 장 대표의 ‘계엄 사과’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2월경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이뤄진 뒤 장 대표가 대국민사과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장 대표가 강성보수층에 대한 부담 없이 사과에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강도 높은 감사에 직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장 대표가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일교 금품로비 의혹으로 이재명정권이 결정적 위기를 맞았는데 장 대표가 엉뚱한 감사 논란을 자초하면서 대여 공세의 좋은 기회를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의 ‘타이밍 실기’는 이전에도 자주 비판받는 대목이었다. 친한계 정성국 의원은 지난 10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부동산 이슈가 터지고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장 대표가) 윤석열 면회 가버리고, 대장동 항소 포기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터져서 시작될 때 ‘우리가 황교안’ 해버리고, 그리고 계엄을 사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메시지를 내면서 우리 당은 변하지 않겠구나 하는 인식을 줘버렸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