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미 제련소, ‘팍스 실리카’ 모범 사례로 부상
국무부 경제차관 “자랑스럽다” 블룸버그와 대담서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프로젝트가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공급망 협력 구상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언급되며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이 지난 15일 미국 현지 제련소 건립 계획을 공식 발표한 이후,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프로젝트의 전략적 의미를 강조하고 나섰다.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대담에서 “미국은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를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고려아연과의 협력 프로젝트는 이러한 노력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헬버그 차관은 특히 공급망 전략을 신속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공급망 전략 수립을 요청받았고, 대통령의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며 “국무부는 그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하루도 지체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팍스 실리카’ 구상과 관련해서는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해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틀”이라며 “고려아연 프로젝트의 출범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는 이 협력의 핵심 축이었으며, 이는 정부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범정부적 접근(whole-of-government approach)’의 모범 사례”라고 설명했다.
헬버그 차관은 또 “동맹국 사이에서 경제 안보는 국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각국 정부의 다양한 투자 수단을 결집·활용해 공급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기업 및 혁신 생태계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공급망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공동 방위는 미국 정부의 근본적 목적”이라며 “국방 당국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전시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민간 부문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투자 가치도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의 클락스빌 제련소는 팍스 실리카 구상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해당 제련소에서는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뿐 아니라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인듐 등 핵심광물 13종이 생산될 예정이다. 갈륨은 AI·통신·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이며, 게르마늄은 광통신·적외선·태양전지 분야에 활용된다. 안티모니는 군수 및 합금 산업에서 수요가 높은 전략 자원으로, 미국 내 첨단 산업과 국방 분야의 원료 공급 허브 역할이 기대된다.
헬버그 차관은 아울러 미국이 현재 인도,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와 공급망 협력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 정부가 어떤 기업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와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라며 “팍스 실리카는 닫힌 클럽이 아닌 문제 해결형 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중 다수 국가의 추가 합류도 예상했다.
앞서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 역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며 “국내 생산 확대를 통해 외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동시에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주요 언론의 평가도 잇따랐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핵심광물이 미국 국가안보와 산업정책의 중심에 서면서 고려아연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역시 “서울에 본사를 둔 고려아연이 ‘국가안보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