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내년 신흥국 투자 본격화 전망
"2009년 이후 최대 자금 유입될 것" … 내년 500억달러 채권펀드 유입 전망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올해 신흥국 주식과 채권, 통화로 유입된 자본 규모가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신흥국 주식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증시를 앞질렀고, 신흥국 채권과 미국 국채 간 금리 격차는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저금리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전략도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런던에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 투자 콘퍼런스에서도 신흥국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참석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흥국 비관론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 자산에 과도하게 쏠린 구조에서 벗어나 분산 투자를 모색하는 가운데, 부채 감축과 물가 안정에 성과를 낸 개발도상국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투자자들을 신흥국 안전자산으로 향하게 만드는 불확실성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정책 리스크로 인해 투자자들은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해방의 날’이라며 관세 정책을 발표한 뒤 나타난 자산 가격 하락을 오히려 신흥국 자산 매수 기회로 활용했다.
로이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치적 압박을 받는 상황과 달리,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정책 독립성과 신뢰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신중한 통화정책은 달러 약세 속에서 신흥국 통화의 상대적 강세로 이어졌다. 이는 신흥국 현지 통화 표시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했고, 올해 해당 자산군은 약 18%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투자 흐름의 변화는 단순한 단기 현상을 넘어선 구조적 전환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대형 투자은행들도 낙관론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는 달러 약세와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신흥국 자산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내년 신흥국 채권 펀드로 최대 500억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긍정적 신호로는 신흥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아직까지 실제 자금 유입이 과거 수년간의 대규모 유출을 완전히 만회하지는 못했지만, 신흥국이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과소 편입돼 있다는 점은 추가 유입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스크 요인도 남아 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장기화와 과잉 생산 능력 수출은 다른 신흥국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달러 흐름이다. 올해 달러 약세가 신흥국 자산을 떠받쳤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될 경우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경우 자본 회수가 일어나 신흥국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로이터는 오히려 시장에 넘치는 낙관론이 경계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HSBC가 12월 발표한 신흥국 투자심리 조사에 따르면, 신흥국 전망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완전히 사라졌고, 순투자심리는 조사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최근 신흥국 채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장이 달러와 통화정책 변화라는 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할 경우, 신흥국을 향한 구조적 자산 재배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