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윤영호 ‘책임 공방’에 통일교 자금 라인 줄소환

2025-12-22 13:00:04 게재

경찰, 전 총무처장·재정국장 소환 … 자금 흐름 추적

정치권 로비 의혹, 최종 책임자 규명에 수사력 집중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교단의 재정·회계 라인을 잇따라 소환한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간 책임 공방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통일교 자금의 조성·집행 전반을 들여다보는 수사가 본격화되면 금품 출발지와 도착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통일교 내 재정·회계 담당자들을 상대로 주중 조사 일자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대상에는 윤 전 본부장의 아내로 2020~2023년 통일교 본부 재정국장을 지낸 이 모씨가 포함됐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교단 자금이 어떤 명목으로 집행됐는지와 일부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씨는 윤 전 본부장과 한 총재의 업무상 횡령 혐의 공범으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으며, 윤 전 본부장이 교단 자금을 ‘선교활동지원비’ 등 명목으로 집행할 당시 회계 처리 등 실무를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오는 23일 이씨의 상사였던 통일교 전 총무처장 조 모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조씨는 통일교에서 인사·행정은 물론 회계를 포함한 자금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핵심 인물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조씨가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한 자금 흐름을 밝히는 데 핵심 고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찰은 앞서 한 총재의 전 비서실장이었던 정원주씨 등 비서실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으며,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경찰은 2018~2020년 무렵 통일교측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명품 시계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이들 전·현직 정치인의 거주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후 통신 기록 분석 과정에서 일부 인사들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윤 전 본부장 등과 수차례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통화·문자 수발신 기록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수사의 또 다른 핵심은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 간 책임 소재다. 한 총재측은 정치권 로비와 관련해 “보고도, 지시도 없었다”며 윤 전 본부장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윤 전 본부장측은 정치권 접촉과 자금 집행이 교단 차원의 판단 아래 이뤄졌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통일교의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구조와 고액 자금이 동원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윤 전 본부장이 단독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윤 전 본부장을 실무 실행자로, 한 총재를 최종 책임자로 보는 시각도 수사선상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책임 공방의 실체를 가를 핵심은 결국 자금 흐름이다. 경찰은 재정국장·총무처장 등 자금 관리 핵심 인사들에 대한 진술과 회계 장부, 내부 자료를 교차 검증해 총재 보고·승인 여부를 규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담수사팀에 회계 분석 요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수사 인력도 보강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자금 라인 인사들의 진술이 일치하거나 총재의 개입을 뒷받침할 물증이 확보될 경우, 수사가 개인 비리 차원을 넘어 종교단체의 조직적 정치 개입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대로 윤 전 본부장의 독자적 판단으로 결론 날 경우 책임 범위는 크게 좁아질 수 있다.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의 향방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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