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관세가 가른 증시 승자와 패자
은 생산업체 프레스니요 올해 426%↑
미국 로빈후드 연초 대비 225%↑
SK하이닉스 주가는 215% 상승
2025년 글로벌 주식시장은 인공지능과 관세 정책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아시아 반도체 기업과 유럽 방산업체가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지만, 미국 소비재 업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과 인공지능 투자 붐이 증시 지형을 바꾼 결과다.
인공지능 열풍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대대적인 관세 공세를 단행한 이후 급락했던 월가를 되살렸다.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연초 대비 35% 상승하며 시가총액 5조달러 기업 반열에 올랐다가 11월 들어 조정을 받았다.
금 가격 급등의 혜택을 입은 금광업체들도 강세였다. 금값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적 정책으로 달러 가치 불안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반면 관세 정책은 미국 내 소매업체와 소비재 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유럽 대표 자산운용사 롬바드 오디에의 플로리안 이에포 거시 전략 책임자는 “올해 증시의 승자와 패자는 방위비 지출 확대, 인공지능 혁명, 관세, 달러 가치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했느냐에 따라 갈렸다”고 평가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상승 종목 가운데 하나는 멕시코시티에 본사를 둔 은 생산업체 프레스니요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426% 급등하며 런던 증시 대표 지수인 FTSE100 종목 가운데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과 은 가격이 각각 65%, 130% 오르면서 광산업체들은 고정비 비중이 높은 구조상 가격 상승이 곧바로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미국 개인투자자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도 대표적 수혜주다. 주가는 연초 대비 225% 상승해 시가총액이 1090억달러로 불어났다. 트럼프 재임 이후 가상자산 거래가 급증하고 개인투자 열풍이 불면서 3분기 미국 주식 거래량의 20% 이상을 개인투자자가 차지했다. 2021년 밈 주식 광풍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아시아 반도체 기업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두드러졌다. 주가는 215% 뛰었고, 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3분기 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50%를 넘었다. 삼성전자는 100%, 대만 TSMC는 33% 상승했다.
유럽 방산업체들도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독일 라인메탈은 독일 정부가 대규모 군비 지출 방침을 밝힌 뒤 154% 올랐다. 독일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6500억유로 규모의 방위 예산을 편성해 러시아 억지와 유럽 안보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도 151% 상승하며 파리 CAC40 지수에서 최고 성과를 냈다.
반면 인공지능 확산은 일부 업종에 치명타를 가했다. 세계 최대 광고 대행사 중 하나인 WPP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광고 제작 비용을 낮추면서 사업 모델이 흔들렸다. 주가는 60% 폭락하며 1998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미국 소비재 기업들도 관세와 소비 둔화 여파로 부진했다. 프리미엄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45% 하락했고, 데커스 아웃도어와 나이키도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주가가 43% 떨어졌다. 화학 대기업 라이온델바젤은 42% 하락했고 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관세 여파에 글로벌 공급 과잉과 유럽의 높은 에너지 비용이 겹친 탓이다.
2025년 증시는 인공지능과 지정학, 통상 정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산업과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 투자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