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베네수엘라에 군사작전 임박했나

2025-12-24 13:00:27 게재

특수부대 카리브해 집결

마약차단에서 원유봉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을 최고수위로 높이고 있다. 외교와 제재를 넘어 군사적 움직임까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카리브해 일대로 미군 특수작전 자산이 집중 배치되면서 실제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CV-22 오스프리 수송기 최소 10대가 뉴멕시코주 캐넌 공군기지를 출발해 카리브해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점에 조지아주 포트 스튜어트와 켄터키주의 포트 캠벨에서도 C-17 수송기가 미령 푸에르토리코로 향했다. 미 당국자는 이 항공기들이 병력과 군사 장비를 운송했다고 밝혔다.

캐넌 공군기지에는 미 공군 제27 특수작전대대가 주둔한다. 이 부대는 은밀한 침투와 공중 수송을 담당한다. 포트 캠벨에는 제160 특수작전항공연대와 제101 공수사단이 있다. 제160연대는 ‘나이트 스토커’로 불리며 고위험 작전을 전문으로 한다. 포트 스튜어트에는 제75 레인저연대 1대대가 배치돼 있다.

레인저는 비행장 확보와 선제 진입 임무를 맡는다. 이후 실팀식스(SEAL Team 6)나 델타포스 같은 부대가 표적 제거 작전을 수행하는 구조다.

공군 중장 출신 데이비드 뎁튤라는 이런 전개를 두고 “행동을 위한 사전 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수부대 자산 이동은 행정부가 이미 베네수엘라 관련 행동 방침을 정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 남부사령부는 병력과 장비의 순환 배치는 일상적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군사적 긴장과 동시에 경제적 압박도 한층 강화됐다.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봉쇄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유조선 나포가 잇따랐다.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동원됐다. 과거 마약 카르텔 단속에 맞춰졌던 군사작전의 초점이 석유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 통신은 이 같은 변화가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매장량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확인 매장량 기준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를 보유하고 있다. 국영 석유회사 PDVSA는 암시장 거래를 통해 하루 약 50만배럴을 중국과 아시아로 수출해 왔다. 저장 능력은 수일 치에 불과하다. 수출 차단이 이어질 경우 경제는 즉각 타격을 받는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조치를 제국주의적 자원 약탈 시도라고 규정했다. 그는 석유와 가스, 금을 노린 식민지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도 미국의 관심이 석유에만 있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표했다.

논란을 키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발언이다. 그는 과거 국유화로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서 쫓겨났다고 언급하며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또 나포한 유조선의 원유를 미국 전략비축유로 활용할 수 있으며, 선박 자체도 미국 소유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원 확보만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셰일 혁명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 됐다.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은 부패와 제재, 투자 부족으로 크게 쇠퇴했다. 재건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의 낮은 유가도 투자 유인을 약화시킨다.

이 때문에 미국의 진짜 목표는 미주 대륙을 자국 영향권에 두려는 전략적 구상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긴장은 군사력, 에너지, 패권 경쟁이 얽힌 복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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