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알약 출시 미 식품업계 ‘비상’

2025-12-26 13:00:02 게재

주사제보다 저렴·간편해 사용층 확대 … 식료품 지출 5% 감소 연구 결과도

미국 워싱턴주 슈퍼마켓에[서 소비자가 연말용 식품 진열대를 살펴보고 있다. 인포그래픽=로이터제공 사진과 위고비, 콘아그라제품 AI합성
식욕을 억제하는 체중 감량용 GLP-1 알약이 내년 1월부터 시판되면, 가공식품 업체와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제품 전반을 다시 손질해야 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알약 형태의 GLP-1 신약은 주사제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들도 쉽게 복용할 수 있어 더 많은 미국인이 체중 감량 약물 사용에 나설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이번 주 노보 노디스크의 체중 감량 치료제 위고비의 알약 형태를 승인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식품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경쟁사인 일라이 릴리의 유사 약물도 내년에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 식품업체 콘아그라 브랜즈(CAG)와 네슬레 등 주요 식품 기업들은 체중 감량 주사제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고단백 식품과 소량 섭취를 선호하는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GLP-1 약물의 보급이 본격화되면 식품 수요 구조에 장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이에 따라 식품업계는 단백질 함량을 높인 제품을 내놓고, 포장에 GLP-1 친화적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한편,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계 금융그룹 라보뱅크의 소비재 식품 담당 애널리스트 장폴 프로사르는 "사람들이 짠 과자, 술, 탄산음료, 베이커리 제품 소비를 줄이는 대신 단백질과 식이섬유에 더 집중하고 있다"면서 "식품 회사와 외식업체 모두 빠르게 늘어나는 이 소비자층에 맞춘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LP-1 약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제품의 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자크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주식 전략가 앤드루 로코는 노보 노디스크의 이번 승인에 대해 주사형 위고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같은 체중 감량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고단백, 소량 포장, 기능성 식품 혁신이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 가운데 약 40%가 비만이다. 지난달 보건 정책 연구기관 KFF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성인의 약 12%가 현재 GLP-1 계열 약물을 복용 중이라고 답했다.

최근 발표된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GLP-1 약물을 사용하는 가구는 식료품점 지출을 평균 5.3%, 패스트푸드점 지출을 약 8%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약 15만 가구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다만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지방 감소 효과는 대부분 사라졌다. 연구 공동 저자인 실비아 흐리스타케바는 "알약 형태의 체중 감량 약물이 보급되면 이런 소비 감소가 훨씬 더 넓은 인구층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낮고 복용이 간편해 장기간 사용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넬대 연구에서는 요거트나 신선 과일 등 일부 품목에서만 소폭의 지출 증가가 확인됐지만, 기업들은 이미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콘아그라는 올해 초부터 냉동식품 브랜드 헬시 초이스에 ‘GLP-1 친화적’ 표시를 붙여 판매 중이며, 경쟁 제품보다 빠른 판매 증가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내년 5월 신제품 출시와 함께 월마트·크로거 등과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프랑스 유제품 기업 다농은 오이코스 그릭 요거트를 비롯한 고단백 제품군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GLP-1 약물 확산 이후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식품 기업 네슬레도 GLP-1 사용자에 맞춘 냉동식품 브랜드 바이탈 퍼수트(Vital Pursuit)를 새로 출시했다. 미국 멕시코 음식 체인 치폴레는 이번 주 닭고기나 스테이크 한 컵 분량을 포함한 고단백 메뉴를 새로 선보였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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