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년, 미 에너지정책 ‘급선회’

2025-12-26 13:00:01 게재

온실가스·대기오염 규제 12건 이상 폐지 … 국제사회 에너지질서 요동

미국의 에너지·기후 정책은 최근 1년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의 일이다.

기후 규제는 대거 철회됐고, 석유 가스 석탄 원자력이 전면에 복귀했다. 반면 태양광 풍력 전기차는 제동이 걸렸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미국을 넘어 국제사회 에너지질서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석유 가스 원자력의 부활 = 뉴욕타임즈는 최근 ‘트럼프의 첫 해가 미국 에너지·기후정책을 어떻게 바꿨나’ 제하의 기사에서 “미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1년간 대기·수질·온실가스 관련 규제 12건 이상을 지연 완화 폐지했다”고 밝혔다.

△석탄·가스발전소 온실가스 배출제한 폐지 △석탄·가스기업 메탄감축 의무 지연 △석탄 화력발전소의 수은 배출 기준 폐지 △대기청정법 허가없이 가능한 건설 활동 확대 △발전소 폐수 규제 기한 연장 등이다. 차량 온실가스 배출규제의 법적 근거였던 ‘2009년 위해성 판정’까지 철회 수순에 들어갔다. 에너지 정책도 급격히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방 토지·해역 10억에이커(약 1조2200만평) 이상을 석유·가스 시추에 개방했다.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를 막았고,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규제를 완화했다. 원자력은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했다.

반면 태양광·풍력·전기차 보조금은 폐지했고,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인허가는 지연되고 있다.

그 결과 LNG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감소세였던 석탄 소비도 반등했다. 빅테크 기업과 유틸리티(전력 생산·송전·배전 사업자)들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이유로 천연가스 발전소를 대거 발주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약속한 ‘전기요금 반값 인하’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미국 전력요금은 올해 5% 상승했다.

뉴욕타임즈는 “기후 과학 분야도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EPA의 독립 연구조직은 폐쇄됐고, 해양대기청의 기후연구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고 진단했다. 연방 정부 웹사이트에서 ‘기후변화’라는 표현도 사라졌다. 대신 행정부는 기후 회의론자 중심의 별도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기후 외교는 역주행하고 있다. 미국은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고, 한국 일본 유럽과의 통상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압박했다. 국제해운 배출규제 합의는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재난대응 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인력의 25%를 줄였고, 대규모 재난 대응 속도가 느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백악관 대변인 테일러 로저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모호한 기후목표를 위해 경제·안보를 희생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반면 하버드대 환경·에너지법 프로그램의 조디 프리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대응 비용은 수천억달러에 달한다”고 반박했다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한국 에너지정책 다중적 전략 필요 =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전형적인 전력 다소비 국가다. 태양광·풍력발전이 늘었고,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지만 출력변동성과 계통 불안전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대규모 구축 등을 고려하면 한국은 안정적인 기저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로만 감당하기 어렵다면 미국처럼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탄소배출이 적고, 기동과 출력조절이 빨라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데 적합한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천연가스 확대는 탄소중립 목표와 충돌한다. 결국 ‘탄소중립’과 ‘전력안정성 확보’ 사이에서 균형 찾기가 핵심과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에너지정책은 이념이나 구호가 아닌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기본으로 하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과도기 전원으로 활용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망 투자 등을 병행하는 다중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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