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

2025-12-29 13:00:02 게재

29일 10시 정부와 유가족 공동 개최

굼뜬 진상조사에 유가족 등 눈물바다

이재명 대통령 "참사 원인규명 최선"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이 29일 오전 10시 사고 현장인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렸다. 정부와 유가족이 함께 주관한 이날 추모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정부와 국회, 지자체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 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 부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29일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열린 12ㆍ29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무안 연합뉴스

행사는 사고 발생 시각인 오전 9시 3분에 맞춰 1분간 추모 경보에 이어 위령제와 추모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행사를 마친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사고 현장인 무안공항 활주로 안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로 이동해 179명 영령 앞에 국화꽃을 바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날 추모식에 앞서 전국 곳곳에서도 ‘그날을 잊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추모집회가 열렸다. 지난 27일 오후 2시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추모대회에는 ‘기억하라 12.29’ ‘책임을 밝혀라’ 등의 글귀가 적힌 팻말이 가득했다.

단상에 오른 유가족 김영헌씨는 “사랑하는 내 아내 정희, 내 아들 예찬, 유찬아 … 너희가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지 오늘로 364일째”라고 어렵게 말문을 뗐다. 그러면서 “너희를 기억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면서 “아빠답게, 당당하게 너희의 억울함을 밝히겠다”고 눈물로 다짐했다.

앞서 지난 20일 서울에서도 추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이태원 참사와 산업재해 등 사회적 재난과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참석해 슬픔을 함께 나눴다. 유가족들은 지난 19일부터 ‘진실과 연대의 버스’를 타고 전국 참사 현장을 돌며 진상규명을 촉구했고, 29일 무안국제공항 추모식에 참여했다.

◆단 한명도 처벌받지 않아 = 참사 발생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 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제자리다. 사고 직후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셀프조사’로 유가족 불신만 자초했다. 수사를 진행한 전남경찰청이 제주항공 대표와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 44명을 입건했지만 이 중 1명도 검찰로 송치되지 않았다.

이런 사이 유가족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전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이 유가족 2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의료기록 분석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우울감에 시달렸다. 또 자살 충동을 느끼는 유가족도 17.1%에 달했다. 게다가 42%는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고 응답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27일 추모행사에 참석한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 참사에서 단 한 명의 책임자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참담하다”면서 “진실을 밝히는 일은 유가족만의 싸움이 아니라 이 사회와 국가가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라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독립 조사기구 발족 기대 =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회가 항공철도사고조사법 개정안을 의결해 독립적인 조사기구 발족을 앞두고 있어 진상규명에 기대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사조위를 국토부 산하 조직에서 국무총리 소속 독립 조사기구로 바꾸는 내용의 항공철도조사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개정안은 특히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법 공포 한 달 뒤 시행하도록 했으며, 시행 즉시 현 항철위 상임·비상임 위원들의 임기를 종료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번 개정안은 항철위가 항공·철도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조사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유가족 지원 최우선” = 이재명 대통령도 진상규명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29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형식적 약속이나 공허한 말이 아닌, 실질적 변화와 행동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고 여객기 참사의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유가족 지원과 재발방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유가족의 일상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심리·의료·법률·생계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지원을 빠짐없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12.29 여객기 참사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책임져야 할 곳은 분명히 책임을 지는, 작은 위험일지라도 방치하거나 지나치지 않는,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방국진·김신일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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