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세계 교역질서, 다시 격랑으로
1월말 미 대법원 판결 첫번째 고비 … 내년 하반기 미중 관세유예 만료, 최대 변수
가장 먼저 주목되는 것은 대법원 판결이다. 국가별 상호 관세와 펜타닐 유입을 명분으로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부과한 관세의 법적 근거를 둘러싼 소송이 2025년 말 연방대법원에서 심리됐으며, 2026년 1월 말 전후가 가장 유력한 판결 시점으로 꼽힌다.
미국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겠다는 목표 아래 추진된 관세 정책으로 평균 관세율은 2024년 말 3% 미만에서 거의 17%까지 높아졌다고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분석했다. 이로 인해 미국 재무부에는 매달 약 300억달러의 세수가 들어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패소하더라도 다른 법적 권한을 활용해 관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수단은 절차가 복잡하고 적용 범위도 제한적이다. 결국 대법원에서 패할 경우 기존 합의 재협상이나 관세의 향방을 둘러싼 새로운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어, 2026년을 둘러싼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25년 관세 파고를 예상보다 무난히 넘겼다는 점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고했던 경기 붕괴나 고물가 사태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관세 시행 전 수입 급증으로 1분기 경제가 위축됐지만, 이후 인공지능 투자 붐과 견조한 소비로 빠르게 반등했다. 국제통화기금도 몇 달 사이 두 차례나 세계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현재 미국 물가 역시 관세 영향으로 다소 높지만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다. 관세 부담이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전반에 걸쳐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악사투자운용의 크리스 이고 최고투자책임자는 “행정부가 강경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며 시장 우려도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중 관계는 여전히 뇌관이다. 여러 차례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는 미완으로 남아 있으며, 올해 어렵게 형성된 휴전 국면은 2026년 하반기에 만료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연중 두 차례 회동을 가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고 최고투자책임자는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과의 정면 충돌형 무역전쟁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두 부담”이라며 “합의가 미국 경제 전망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만만치 않다. 트럼프 관세에도 불구하고 무역흑자가 1조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한 데다, 희토류 광물 영향력을 활용해 서방의 압박에 맞섰기 때문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미 지역도 재협상 국면을 맞는다.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캐나다·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이 2026년 재검토 대상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을 종료할지 아니면 자신의 구상에 맞게 손질할지가 남아 있다.
대서양 건너 유럽도 고민이 깊다. 유럽연합은 대미 수출품에 15% 관세를 수용했지만, 각종 예외 조항 덕분에 직접적 충격은 GDP의 0.37% 수준에 그쳤다고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분석했다. 당시 프랑스 총리였던 프랑수아 바이루는 이를 굴복 행위로 비판했지만, 최악을 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유럽에 더 큰 고민은 중국이다. 위안화 약세와 중국 기업들의 고도화 전략으로 중국 수출이 급증하는 반면, 유럽 기업들은 둔화된 중국 내수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26년 유럽이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관세나 다른 강경 조치를 도입할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2026년 세계 교역 질서는 법정 판결, 협상 만료, 지정학적 긴장이 동시에 얽히며 2025년 못지않은 변동성에 직면할 전망이다. 트럼프 관세 체제가 새로운 교역 규범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또 다른 혼란의 서막이 될지는 머지 않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