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국기업 계획에 ‘채용’은 빠져
사람보다 기술에 투자
사무직 고용 시장 냉각
미국 기업들이 2026년을 앞두고 경영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신규 채용은 사실상 고려 대상에서 빠져 있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인력 규모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이겠다는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사람 대신 기술과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구인 구직 사이트 인디드는 2026년 고용 증가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쇼피파이와 차임 파이낸셜 등은 이미 직원 수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뉴욕에서 열린 예일대 경영대학원 주최 최고경영자 모임에서도 설문 응답자의 66%가 내년 인력을 줄이거나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3분의 1에 그쳤다. 인력 파견 회사 켈리 서비스의 최고경영자 크리스 레이든은 당분간 기업들이 상황을 지켜보는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노동시장에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올 11월 4.6%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는 고용이 늘었지만, 사무직을 중심으로 한 화이트칼라 시장은 사실상 얼어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존, 버라이즌, 타깃, 유나이티드파슬서비스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수개월간 사무직 인력을 감축했다. 팬데믹 이후 인력을 과도하게 늘렸던 기업들이 뒤늦게 인원 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연방준비제도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는 현재 미국의 일자리 증가가 거의 제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들이 인공지능이 어떤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지 판단할 때까지 채용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보다 자본과 기술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안이 확산되면서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직장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IBM의 미국 내 자발적 이직률은 2% 미만으로,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직원 이동이 줄면서 기업의 신규 채용도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있다. 일자리를 둘러싼 불안이 고용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다는 분석다.
웰스파고는 내년에 직원 수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이 인력 구조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지만, 그 변화를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리는 경영자들이 많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인디드 역시 2026년 실업률이 4.6% 안팎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비용 관리와 생산성 개선에 집중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고용 회복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 확산 속도가 노동시장 변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