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부서 “위안화 너무 약세” 공개 논쟁
경제학계에서 저평가 주장
블룸버그 “정책전환은 아직”
중국 내부에서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공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상 최대 수준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환율이 낮은 수준에 묶여 있는 현 상황을 두고, 일부 중국 경제학자와 정책 자문 인사들이 구조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무역흑자는 1조달러를 넘어섰지만,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위안 안팎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는 연초보다 소폭 강세를 보였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WSJ는 자유시장 환경이라면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는 달러 공급 증가로 자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게 되지만, 중국은 정부 개입을 통해 환율 변동을 제한해 왔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과 국유 금융기관들은 무역을 통해 유입된 달러를 흡수해 미 국채 등 달러 자산으로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절상을 억제해 왔다. 이로 인해 중국의 공식 외환보유액은 11월 기준 약 3조3500억달러에 달하며, 중앙정부에 보고되는 기타 기관의 외화자산까지 포함하면 총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서 위안화가 실제 가치보다 크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브래드 세터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위안화가 달러 대비 최대 30% 저평가돼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골드만삭스 역시 평가 방식에 따라 20~30% 저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WSJ는 이 같은 평가가 더 이상 해외 전문가들만의 시각이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을 지낸 류스진은 최근 연설에서 수입과 수출의 기본적 균형을 추구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강한 통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한 통화가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여 중국이 ‘강한 소비국’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은행 전 고위 관계자인 성송청도 위안화의 적정 환율이 달러당 5위안, 경우에 따라 4위안 수준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일방적 강세에 경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위안화의 일방적 절상을 전제로 한 투자에 베팅하지 말라”며 환율 하락(위안화 강세) 속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인민은행은 환율의 ‘과도한 쏠림 위험’을 경계하겠다고 밝혔으며, 최근 연속적으로 시장 예상보다 약한 기준환율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메시지가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되, 단기간에 한 방향으로 급격히 움직이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입장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부에서 위안화 저평가에 대한 문제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정책 당국은 여전히 환율의 급격한 전환에는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