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자본시장 결산 1 | 뚜렷한 회복세 보인 IPO
공모가 거품 빠졌어도 시총 전년 대비 15% 증가
시초가 상승률 평균 89.2% …기관 의무 확약 증가 등 질적 수준 ↑
우량 강소기업 잇따른 상장 … 제도 개선 강화로 옥석 가리기 심화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시장은 증시 호황에 힘입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신규 상장기업 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공모 규모는 전년 대비 15% 증가하며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뻥튀기 상장’에 대한 심사 기준을 높이면서 공모가 거품은 빠졌지만 IPO 시가총액은 늘어나고 시초가 상승률은 평균 89.2%에 달했다. 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 증가 등 질적 지표도 크게 높아졌다. 우량 강소기업들의 잇따른 상장 덕분이다. 내년에도 IPO 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대어급 기업들의 도전이 예상된다. 다만 강화된 제도로 종목별 차별화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IPO 시장, 투기판에서 투자로 전환 = 3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은 코스피 7개사, 코스닥 70개사 등 총 77개사로 집계됐다.
공모 건수는 작년 78개사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공모 금액은 4조5667억원으로 전년 3조9751억원 대비 14.9% 증가했다.
올해 IPO 시장의 특징은 공모가 상단을 초과하는 ‘과열’ 현상이 없어지고 기관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증가하며, 새내기주들의 상장 이후 수익률이 양호한 점이 꼽힌다.
이중 수요예측에서 희망밴드 상단 이상의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은 67개사로 작년보다 2곳 늘었다. 숫자 자체의 증가는 제한적이었지만 질적인 변화가 컸다.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해 가격을 확정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작년엔 상장기업 78곳 중 51곳(약 65%)이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런 과열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의 주금 납입능력 확인 의무를 강화하고 ‘뻥튀기 상장’에 대한 심사 기준을 높였다.
그 결과 올해 평균 기관투자가 확약 비율은 18.8%로, 전년 평균 6.5% 대비 12.3%p 상승했다. 특히 수요예측 제도 개선 이후 평균 확약 비율이 40%를 넘어서는 등 제도 변화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전문가들은 공모주 시장이 투기판에서 투자판으로 바뀌는 모습으로 평가했다.
◆투자 열기 지속 = 올해 IPO 제도 개선으로 공모가 거품은 빠졌지만 경쟁률은 더 치열해지고 수익률은 상승하는 등 투자 열기는 지속됐다.
올해 기관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872.4대 1로, 전년(766대 1) 대비 오히려 상승했다. 일반 청약 평균 경쟁률 역시 1105.4대 1을 기록해 지난해(1016.1대 1)보다 치열해졌다.
투자자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확실한 수익이 기대되는 종목에 자금이 집중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수요예측 경쟁률 1000대 1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36곳으로 전년(25곳)보다 늘어난 반면, 100대 1 미만의 저조한 성적을 낸 기업은 3곳으로 전년(5곳)보다 줄었다.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도 더 좋아졌다. 시초가 상승률은 평균 89.2%로 집계돼 전년(64.4%) 대비 24.8%p 상승했다. 전체 신규 상장사 77개 가운데 69개사, 비율로는 89.6%가 공모가를 웃도는 시초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9.5%보다 뚜렷이 개선된 수치다.
큐리오시스, 에임드바이오, 알지노믹스는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300% 상승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이노테크와 그린광학도 두 배를 훌쩍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규 상장기업들의 ‘역대 최다 시가총액 1조원 돌파’라는 기록도 이어졌다. 상장 이후 사업성이 부각되며 에임드바이오, 오름테라퓨틱, 알지노믹스, 지투지바이오, 로킷헬스케어, 리브스메드, 씨엠티엑스, 노타, 프로티나, 이뮨온시아, 인투셀 등 11개사가 지난 24일 기준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같은 날 에임드바이오는 4조원을 넘기며 코스닥시장 시총 12위에 랭크됐다.
◆기업 옥석 가리기 심화 = 2025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공모 규모와 흥행 지표 전반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의무 보유 확약 제도 도입으로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IPO 시장은 확약 제도 강화로 기업 간 옥석 가리기가 한층 뚜렷해진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의무 보유 확약 우선 배정 제도를 시행했다. 기관투자자가 일정 기간 주식 보유 확약을 하면 배정 물량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확약 우선 배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신규 상장된 23개 기업 가운데 확약 비율이 40%를 넘긴 곳은 13개다. 반면 확약 비율이 20%에 미치지 못한 기업은 7개로, 일부는 한 자릿수 확약 비율에 그쳤다. 주가를 보면 상장 이후 15일 이내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 사례가 3건 발생했는데, 모두 확약 비율이 낮은 기업들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내년 IPO 시장에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 변화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대응이 본격화되면서 종목별 확약 비율과 상장 성과의 차이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IR큐더스 관계자는 “2026년에는 종목별 확약 비율과 기업 펀더멘털에 따른 양극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대어급 IPO와 선별적 투자 기조가 동시에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