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갈등 ‘여전’…수요 모델링 등 투명한 자료 공개 필수

2025-12-31 13:00:02 게재

균등화발전비용 논쟁보다는 전체 체제 안에서 고민

유연성경제 구현 위한 전력시장과 요금제 혁신 필요

“에너지믹스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이 있는 게 현실이다.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자료에 대한 공개와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수요 모델링과 수치 변수 등이 공개되지 않으면 에너지믹스는 매우 정치적인 부분으로 흘러갈 수 있다.”

박항주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1차 정책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설계를 위해 마련됐다. 제11차 전기본에 반영된 대형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할지 등을 비롯해 장기 전원 구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원전을 둘러싼 신경전이 팽팽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토론회’에서 국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참석자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 김아영 기자

전기본은 중장기 전력 수급에 관한 국가 기본계획으로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마다 수립한다. 전력 수급 안정성을 위해 제때 수립돼야 하지만 연말을 넘겨 연초에 확정되곤 했다. 제12차 전기본 계획기간은 2026~2040년으로 2026년 내 확정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이번에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남태섭 한국노총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에너지믹스와 관련해서 ‘원전이나 재생에너지냐’ ‘제12차 전기본 충돌한다’식의 기사들이 났는데, 질문이 올바른가에 대해 따져보고 질문이 올바르지 않다면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전기를 단순히 전략량이나 비중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몇% △원전 몇 % 씩의 비중 싸움을 할 게 아니라 어떤 조합과 구조로 에너지믹스를 재설계할 것이냐 고민을 해야 한다”며 “각각의 에너지원별 역할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새롭게 제기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웅 국립부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발전원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전체 시스템 안에서 차지하는 가치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 비교에만 치중하는 일은 비생산적”이라고 말했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2050년 메뉴가 나오는 데 가격표가 없다”며 “2050년에 전기 요금을 얼마를 부담할지가 시나리오별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를 써서 사업을 하는 데 이 부분을 모른다면 어떻게 하겠냐”며 “2038년 이후 신규 원전이 없게 되는데, 이는 사실상 탈원전 시나리오지 에너지믹스 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연성 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전력시장 혁신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우리나라가 배터리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보급이 더딘 이유 중 하나가 현 전력시장 체제에서는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라며 “혁신적인 전기사업자들이 들어와서 경쟁해 전력시장을 변경하고 혁신적인 요금제가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2차 전기본 총괄위원장인 장길수 고려대학교 공과대학장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참석한 제12차 전기본 총괄위원회의 첫 번째 회의에서 자료 투명성 문제가 논의가 됐다”며 “데이터 투명성과 관련해서 모델링이나 전제조건 관련한 부분으로 투명성 소위를 구성할지, 아니면 총괄위원회 내에서 전담 조직을 꾸릴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토론회를 포함해 두 차례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뒤 제12차 전기본 수립 시 참고한다는 방침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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