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자본시장 결산 2 코스피 4000 시대 열다
올해 증시 상승률 76%…시총 3천조원 사상 첫 돌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상법개정·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반도체 업황 개선 영향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역대 최고치
극심한 주가 양극화 ‘종목 1/3은 마이너스’… 환율 안정 과제
2025년 국내 주식시장은 역대급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 4000 시대를 열었다. 시가총액도 사상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76%로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두 차례 단행한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국내 증시를 ‘불장’으로 이끌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인공지능(AI) 성장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 영향도 크다. 역대 최고치로 장을 마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각각 125%, 274%에 달한다. 이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코스피 역대 3번째 상승률 =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4214.17에 2025년 거래를 마치며 작년 말 종가(2399.49) 대비 75.63% 상승했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역대 연간 코스피 상승률과 비교하면 1987년(92.6%), 1999년(82.8%)에 이어 세 번째다.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 칠레(57%·29일 종가 기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본은 27%, 중국은 18%, 미국은 17% 상승했다.
연초 코스피는 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상호 관세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4월 9일엔 연중 최저점인 2284.72까지 떨어졌다.하지만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반도체 업황 개선 등에 힘입어 강세로 돌아섰다. 11월 4일 장중에는 4226.75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전년 말보다 77.1% 증가한 3478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일평균 거래량은 5억1800만주(넥스트레이드 8700만주 포함), 거래대금은 16조9000억원(넥스트레이드 5조3000억원 포함)으로, 전년 대비 각각 6.4%, 57.1% 늘었다. 투자자별로 매수 현황을 보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9조원, 19조7000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과 기타법인은 각각 18조2000억원, 10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연간 기준으로는 순매도이지만, 5월부터 10월까지 19조5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기관은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매수 폭을 확대했고 기타 일반법인 등은 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두 차례 상법 개선으로 증시 체질 개선 = 국내 주식시장의 반등 배경으로는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은 ‘코스피 5000시대’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서 상법 개정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상법 개정은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돼 온 재벌 중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소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 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해소할 중요한 열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7월 1차, 9월 2차 상법 개정이 이뤄졌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은 내년 1월 국회 처리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1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차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1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7월 3일 코스피 지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1.21포인트(1.34%) 오른 3116.27로, 기존 연고점인 3108.25를 경신했다. 코스피 종가가 3110선을 넘은 것은 2021년 9월 27일(3133.64) 이후 3년 9개월여만이었다. 특히 외국인이 현·선물시장을 합쳐 1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2차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월 2일 코스피는 전일대비 0.94% 오른 3172.35에 장을 마치며 3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정책적 뒷받침을 받은 주가는 그 이후로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정부와 국회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입안된다면 코스피에 상승 동력을 달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대형 반도체주 지수 견인 = 업종별로 보면 기계·장비(133.7%), 전기·전자(127.9%), 전기·가스(103.5%), 증권(99.9%)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성장에 따른 반도체주 강세, 조선·방산·원전 등의 실적 개선도 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
다만 반도체의 ‘나 홀로 질주’는 한계로 꼽힌다. 전체 상장 주식의 1/3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주가 양극화가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코스피 기여율이 40%를 넘을 정도로 의존도가 커진 점은 문제다. 반도체 수익에 대한 낙관적인 흐름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에 남아있는 AI 거품론과 빅테크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확대와 수익화 논란으로부터 한국 반도체기업은 자유롭지 않다.
◆연평균 환율 1422원…외환위기 당시보다 높아 = 1439원에 장을 마감하며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 안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일(30일) 원달러환율 종가는 1439.0원으로,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과 지난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연평균 환율은 1422.16원(주간 거래 종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평균 1398.39원보다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종가 최고점은 4월 9일 기록한 1484.1원이었고 최저점은 6월 30일 1350.0원이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평균이 1452.66원으로 가장 높았고, 2분기 1404.04원, 3분기 1385.25원으로 하향하다가 4분기에 1450.98원으로 다시 상승했다.
이달 들어 환율은 다시 1480원대까지 치솟았는데,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고강도 구두 개입에 나섰다. 환율 전문가들은 "환율이 40원 이상 떨어졌으나 정부 개입에 의한 단기 안정인 만큼, 국내 주식시장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환율 안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