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엔 든든한 한끼, 청년에겐 희망을”

2025-12-31 13:00:12 게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안산점

경계선지능 청년 4명 취업

“힘든 점도 있지만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경기 안산시 상록수도서관 인근에 위치한 청년밥상문간 슬로우 안산점. 이곳에서 만난 ㄱ씨(29)는 부곡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사업’에 참여했다가 ‘청년밥상문간’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ㄱ씨는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다”고 전했다. 함께 일하는 ㄴ씨(22)는 “카페에서 일해본 적은 있지만 식당 일은 처음”이라며 “실제 매장에서 일해보니 재미있고 다른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을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년밥상문간’은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현재 서울에 4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성북구 정릉, 서대문구 이화여대, 관악구 낙성대, 종로구 대학로다. 경기도에는 안산에 최초로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안산시 상록구 샘골로 165 지하 1층에 위치한 ‘청년밥상문간 슬로우 안산점’ 내부 모습.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오전 11시~오후 3시) 운영한다. 곽태영 기자

청년밥상문간은 2015년 고시원에서 굶주림 끝에 삶을 달리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계기로 2017년 12월 정릉시장의 한켠에서 탄생했다. 건강하고 맛있는 김치찌개를 3000원에 판매하며 지역주민과 청년들에게 따뜻한 한끼 식사를 제공한다. 식사 제공에 그치지 않고 경계선지능 청년들과 상생하는 일터로 확장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경계선지능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이문수 청년밥상문간 이사장을 찾아와 “우리 아이들에게 봉사할 기회라도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면서 5개 지점 가운데 안산을 포함한 3곳을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으로 전환했다.

‘경계선지능인’은 지능지수(IQ) 71~84로 평범하지만 또래보다 학습능력, 어휘력, 사회적 지식습득 속도라 느린 이들을 말한다. 장애인으로 분류되지 않아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취업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은 이들에게 일할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는 상생일터다. 현재 대학로와 낙성대 두곳에 16명, 안산점에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청년밥상문간 슬로우 안산점 입구. 곽태영 기자

이를 위해 부곡종합사회복지관은 경계선지능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느린학습자 프로그램’ 참여자 가운데 청년밥상문간에서 일할 희망자를 모집, 7명을 선발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8월부터 11월까지 24회(92시간)에 걸쳐 식품위생·CS 이론교육, 현장실습, 인턴십, 보수교육 등을 진행했다.

교육 이수자 가운데 최종 선발된 4명은 자체 후원금과 매장 수익에서 급여를 받는다. 식당의 김치 등 식재료는 기업 후원으로 제공받고, 건물주로부터 장소도 무료로 제공받았다. 슬로우 안산점은 20석 규모의 식당으로 김치찌개만 판매한다.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감 모(52·상록구 일동)씨는 “청년밥상문간의 운영 취지를 알고 서울 등 다른 지점을 이용한 적이 있다”며 “안산에도 생겼다고 해 얼마 전부터 다니고 있는데 다른 지점보다 양도 많고 직원들도 친절해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산점 입구에는 감씨처럼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와 봤는데 누군가에게 베푸는 마음을 배우고 갑니다’ 등의 소감이 적힌 메모지가 벽에 빼곡하게 붙어 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경계선 지능 청년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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