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금리·에너지…미국 경제 낙관론
정책 효과에 성장률 반등 관측 … 소비 여력 확대, 기업 투자 환경 개선
1년 전만 해도 미국 기업, 특히 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서는 2025년 경제에 대한 기대가 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감세와 친시장 정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작년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 이후 고율 관세가 발표되면서 금융시장은 급락했고, 정책 불확실성과 물가 부담이 동시에 커졌다. 이민 규제 강화로 노동력 증가 속도가 둔화되며 일부 업종에서는 인력 부족 현상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지난해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연말결산 기준으로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12~20% 이상 상승했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4.3%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2026년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는 소비 여력 확대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서명한 예산법의 영향으로 올해 초 미국인들이 최대 1500억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소득층일수록 소비로 이어지는 비중은 낮지만, 전반적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 의회예산국(CBO) 역시 이번 감세 조치가 단기적으로 수요와 노동 공급을 동시에 자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계 부담 완화를 이유로 2000달러 지급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소비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기업 투자 여건 개선이다. 새 예산법에는 기업이 설비 투자 비용의 100%를 투자한 연도에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2017년 감세법 시행 이후 유사한 제도가 기업 투자를 11% 늘리고 GDP를 약 1% 끌어올렸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조치 역시 올해 자본지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셋째는 금리 환경이다. 현재 연방준비제도 의장인 제롬 파월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5월 취임할 차기 의장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채 매입 확대를 통한 유동성 완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넷째는 에너지 가격이다. CBO는 석유·가스 생산을 장려하는 세제 조치가 올해 GDP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낮출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섯째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완화다. 지난해 고율 관세 발표 이후 시장을 흔들었던 정책 혼선이 점차 정리 국면에 들어가고 있으며, 무역 합의가 발효되고 관세의 법적 쟁점도 결론이 날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이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요인을 종합할 때, 이번 예산법만으로도 내년 GDP 성장률을 0.9%p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6년 이후에 대해서는 경계의 시선도 함께 제기했다. 대규모 재정 부양과 감세, 금리 인하가 단기적인 경기 과열을 초래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계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물가 기대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연준의 정책 신뢰 회복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여기에 재정 적자 확대와 국가 부채 증가 역시 중장기 리스크로 지목됐다. 장기 금리 상승으로 연결될 경우 소비와 투자를 제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2026년을 향한 낙관론과 함께, 그 이후를 대비한 정책 균형의 중요성도 동시에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