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의 새해 외교…중국·일본 오가며 ‘가교역할’
갈등 심화 국면 속 양국 잇달아 방문
중 “한국, 올바른 입장 취해야” 압박
‘한중일 협력 강화’ 그림 속 중재 고심
강훈식 “중,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첫 외교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뒤 일본까지 잇달아 찾는 연쇄 정상외교에 나설 전망이다. 갈등 국면이 심화되고 있는 중·일 양국을 빠른 시간 내에 방문하는 외교 행보에는 한중일 협력 강화와 한반도 평화 환경 조성을 동시에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2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대해 “9년 만의 중국 국빈 방문”이라며 “중국이 신년 초 손님을 부른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방중 이후에는 한일 셔틀외교 차원의 일본 방문도 추진되고 있다. 양국 실무진은 1월 중순을 목표로 일정을 조율 중이며, 성사될 경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숨가쁜 다자외교를 펼쳐 온 이 대통령이 연초에도 또 한번 주요국을 연속으로 방문한다는 점은 함의가 크다. 청와대 내에서는 올해 중 한반도 평화 관련한 중요 모멘텀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 하에 주변국과의 관계를 다져놓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 접촉을 계기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점도 고려 요소로 꼽힌다.
강 실장은 “오는 4월에 중국과 미국이 만나기로 돼 있는데 그전에 자주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중국과는 최근 2~3년 사이가 나쁜 정도까지 갔던 것을 회복하는 데 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관련한 주변국 관계 안정화 외에도 중국과 일본의 최근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은 이번 연속 방문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양국은 지난해 말부터 대만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불법계엄 종식 1주년을 맞아 개최한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속담이 있다. 한쪽 편을 든다면 갈등이 더 격해질 것”이라며 중일 간 중재자 역할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양국 방문을 앞두고 각국의 한국 끌어들이기 움직임은 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지난해 12월 31일 통화에 대해 중국 측은 이례적으로 왕 부장의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왕 부장은 조 장관과 통화에서 “일본의 일부 정치 세력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며 침략·식민 범죄를 복권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이 올바른 입장을 취하고 국제주의를 수호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국빈 방중을 앞둔 사전 압박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의 강한 입장에 맞서 일본도 강대강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일 신년사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한 개혁을 단행하겠다”며 ‘강한 일본론’을 재차 들고 나왔다.
이 대통령의 양국 방문이 현실화되면 이같은 양국 갈등 장기화를 막기 위한 중재자 역할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일 갈등이 장기화하면 한반도 평화 관련한 한국의 입지도 좁아질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기 때문이다. 당초 이달 중 일본 개최를 전제로 논의되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연기된 것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박종철 국립 경상대 교수는 “우리 정부 입장에선 중일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새해 외교를 계기로 한중일 3국 협력 프레임을 다시 가동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