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축출 놓고 둘로 쪼개진 국제사회
‘국제법 파괴’ vs ‘독재 종식’ 정면 충돌
유엔·중러·중남미 “주권 침해” 강력 규탄
유럽은 신중모드, 친트럼프 진영은 환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영토에서 전격 군사작전을 감행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미국으로 압송하자 국제사회가 거세게 갈라지고 있다. 국제법과 주권 존중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온 유엔과 다수 국가들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반면 일부 친미·우파 성향 국가 지도자들은 “독재 정권의 종식”이라는 정치적 평가를 앞세워 공개적으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군사력에 의한 ‘국경을 넘는 정상 체포’라는 전례 없는 방식이 국제질서의 균열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 상황과는 별개로 이번 전개는 위험한 선례가 된다”며 유엔 헌장을 포함한 국제법 규칙이 준수되지 않았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유엔 헌장은 회원국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금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요청과 중국·러시아의 지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5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의 군사행동과 정상 체포의 적법성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특히 강경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조치를 “패권적 행태”로 규정하며 “주권 국가의 대통령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한 데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무력 침략”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규탄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베네수엘라 부통령과의 통화에서 연대와 지지를 재확인했다. 러시아 측은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대화를 통한 사태 수습을 촉구했다. 이란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유엔 헌장 위반을 이유로 미국을 비난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반응은 분노에 가까웠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며 이번 사태를 과거 미국의 중남미 개입사가 남긴 “가장 암울한 순간들”에 비유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 준수를 촉구하며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쿠바의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국가 테러”라고 규정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작전을 “공화정 체제를 파괴하고 막대한 천연자원을 약탈할 수 있는 꼭두각시 정부를 강요하기 위한 식민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 대응은 비판과 거리두기를 병행하는 신중론이 두드러졌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정책 고위대표는 “EU는 마두로 정권의 정당성 부족을 거듭 지적해왔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베네수엘라의 평화롭고 민주적인 전환을 지지한다”면서 국제법 준수 원칙을 강조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마두로 정권의 종식에 눈물 흘리지 않는다”고 표현하면서도, 평화적 정권 이양을 희망하며 미국과 상황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지속 가능한 정치적 해법은 외부에서 주어질 수 없다”며 주권 원칙을 분명히 했다.
반면 친트럼프 진영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자유가 전진한다”고 환영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용감하고 역사적인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외부 군사행동의 일반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마약 밀거래와 같은 하이브리드 위협에 맞선 방어적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며 미국 논리에 일정 부분 힘을 실었다.
법적 쟁점은 여전히 첨예하다. 미국 법무부 등은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밀매 혐의로 미 법원에 기소된 ‘피고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법 집행 차원의 적법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전쟁이 선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3국이 유엔 회원국의 현직 정상급 인사를 해당 국가 영토에서 군사력으로 체포해 해외로 이송한 사례는 유엔 헌장이 규정한 주권 존중·영토 보전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정당성 논쟁과 별개로 규범 질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독재 종식’이라는 정치적 평가와 ‘국제법 파괴’라는 규범적 비판이 정면충돌하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 안보리 논의 결과와 각국의 후속 외교 대응에 따라 미국의 군사 개입이 새로운 관행으로 굳어질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제동 속에 예외적 사건으로 남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